[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평소보다 가벼운 배트를 사용한 게 주효했다.”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가 밝힌 후반기 맹활약의 비결이다. 삿포로, 도쿄, 후쿠시마 이와키로 이어진 올스타전 일정을 소화하고도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한다. 24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펼쳐진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더니, 25일 고베 호토모토필드에서 열린 재대결에서 100% 출루를 기록했다.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의 매서운 타격을 자랑했다. 0.309였던 전반기 타율은 2경기 만에 0.321로 폭등했다. 팀 내 최초이자 퍼시픽리그 네 번째로 100안타 고지도 정복했다.
후반기 때린 6안타 가운데 하나는 홈런이었다. 25일 경기 3-4로 뒤진 6회 주자 없는 1사에서 상대 중간계투 야누키 도시유키의 시속 132km 포크볼을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지난 17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전 솔로포 이후 8일 만에 터진 시즌 17호 홈런. 4회초까지 0-4로 끌려가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한 방에 이대호는 “낮은 포크볼을 정확하게 파악해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10g 이상 가벼워진 배트는 이날 역전 적시타도 만들었다. 8회 무사 1, 3루에서 바뀐 투수 마스이 히로토시의 초구에 날카로운 곡선을 그려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시속 147km의 패스트볼을 기막히게 밀어 쳤다. 정교한 스윙에 모리와키 히로시 오릭스 감독은 “이것이야말로 이대호다운 타격”이라는 극찬을 내놓았다. “제 역할을 해낸 것 같아 기쁘다”고 밝힌 이대호는 “무엇보다 4점을 먼저 뺏기고도 역전승을 거둬 기분이 좋다. (이번 승리가) 나는 물론 선수단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모습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선수단과 하나가 되어 싸우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6-4 승리로 오릭스는 40승3무41패를 기록, 퍼시픽리그 4위로 점프했다. 3위 세이부 라이온스(45승1무39패)와의 3.5경기 격차도 유지했다. 반면 니혼햄은 40승1무43패로 리그 최하위가 됐다.
팀의 새로운 도약에 큰 주춧돌을 마련한 이대호를 향해 일본 매체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오릭스 등번호 10번의 선수는 나무랄 데 없는 주역이었다”며 “오릭스의 여름 대반격을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스포니치아넥스는 8회 역전 적시타에 주목했다. “역전 찬스에서 초구로 날아든 몸 쪽 공을 무리하게 당기지 않고 밀어 쳐 1, 2루 사이를 꿰뚫는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고 극찬했다. 닛칸스포츠는 시즌 17호 홈런에 높은 점수를 줬다. “무사 1루 찬스가 이토이 요시오의 도루 실패로 날아갔지만 침착하게 대형타구를 때려 (끌려갈 수 있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칭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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