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강화된 중국 정부의 각종 단속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한 미국인 직원이 제약사 뇌물제공 관행에 관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국 당국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소속의 중국인 직원 3명도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만 집중됐던 제약사 뇌물 수사 초점이 사노피, 노바티스, 머크, 로슈 등 다른 제약사들로 이동하면서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GSK는 혐의를 인정하고 백기를 들었다. GSK는 제약 영업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며 기존 영업 방식을 개선해 중국내 유통 중인 약품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식품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은 현지 패스트푸드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외국계 브랜드인 KFC와 맥도날드에도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국영 방송인 중국중앙TV(CCTV)는 베이징(北京) 충원먼(崇文門) 인근의 KFC, 맥도날드 매장에서 식용 얼음을 수거해 베이징시 당국에 의뢰, 분석한 결과 세균의 집합체인 균락(菌落) 숫자가 모두 법정 기준치를 넘겼다고 보도했다. KFC와 맥도날드 얼음에서 검출된 1㎖당 균락 숫자는 각각 2000개, 120개로 허용 기준치 100개 보다 많았으며 화장실 변기 물의 균락 숫자보다 많았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KFC와 맥도날드는 사과하고 시정조치를 약속했지만 22일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新浪微博)에는 중국 소비자들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한 소비자는 "회사측의 사과는 너무나도 정형화돼있다"면서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다음번엔 또 어떤 것을 용서해줘야 하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KFC, 피자헛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요식업체 얌브랜즈는 중국 내 인기가 식으면서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5%나 줄어든 상황. KFC 중국 전체 매장의 2분기 매출은 4월 29% 줄어든데 이어 5월과 6월에도 각각 19%, 10%씩 감소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분유업계는 자국산 분유에 실망한 중국 소비자들의 강한 신뢰를 받으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근 정부의 분유 가격 담합 혐의 조사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의 분유 브랜드인 와이어스 뉴트리션은 이달 초 분유 가격 담합 사실을 인정하며 중국 내 분유 제품 가격을 앞으로 1년간 인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을 최대 6~20% 즉시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다농, 미드존슨 뉴트리션, 애보트 래보러토리 등도 가격 담합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모두 가격을 인하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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