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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의 회의록은 '금등지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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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논어(論語)에 보면 만년의 공자(孔子)가 꿈에서도 주공(周公)을 만난지 오래됐다고 탄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가 얼마나 주공이라는 인물을 존경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가에서는 주공을 성인(聖人)의 한 사람으로 추앙하는데, 공자를 비롯한 후대인들이 그를 존경하는 데에는 주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예(禮)를 바로잡았다는 이유 외에도 어린 조카를 도와 나라를 지켰음에도, 왕위를 탐하지 않았던 그의 마음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내용은 서경(書經) 금등(金등<朕 + 실 사>)편에 나온다.

주공은 주나라 문왕(文王)의 넷째 아들로, 문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형 무왕(武王)을 도와 폭군으로 악명을 떨쳤던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을 토벌하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형 무왕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그는 어린 조카인 성왕(成王)의 섭정이 되어 반란의 무리를 물리치고 주나라의 기틀을 바로 잡았다. 하지만 주공은 섭정을 맡는 동안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을 것이라는 숱한 의혹에 시달렸다. 주공으로서는 상나라를 병합한지 얼마 안 되어 혼란한 상황에서 어린 조카에게 나라를 맡길 경우 나라가 흔들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지만, 세상은 이같은 주공의 마음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조카에게서까지 의심을 받았던 주공의 진심은 사후에 한 건의 문서를 통해서 진실이 드러났다. 바로 금등지사(또는 금등지서)다. 금등은 금띠라는 뜻으로 중국 고대 왕실의 비밀문서를 담은 궤를 묶은 끈을 지칭하는데, 주공은 금등 안에 '형님 대신 자신이 죽을 수 있기를 바라는 축문'을 담아뒀다. 주공은 건강이 나빠진 형 무왕을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고 하늘에 호소했던 것이다. 금등지사를 통해 주공의 진심을 확인한 성왕은 삼촌을 의심했던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금등지사는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소설 '영원한 제국'에서도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다. 하지만 금등지사는 과거의 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우리에게 엄중한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우리 시대의 금등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바로 2007년 남북정상회의 회의록(대화록)이다.


대화록이 오늘날 금등지사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3가지 때문이다. 첫째, 감춰진 채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둘째 이것이 세상에 드러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심 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진실이 드러나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대화록의 진실이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화록은 현재 증발 또는 오리무중 상태다. 참여정부 당시 인사들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분명히 이관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가기록원은 '없다'고 확인했다. 급기야 주말 내내 대화록을 열람하기로 되어 있는 여야 의원 10명 가운데 4명, 여야의 추천을 받았던 전문가 4명이 대화록을 찾게 됐다. 22일 오후 2시까지가 기한이다. 찾지 못할 경우에는 참여정부가 정말로 대화록 등 '사초(역사편찬의 자료가 되는 기록)'를 이관하지 않았는지, 또는 이후 정부가 해당 기록을 파기했는지를 둘러싸고 또 다른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국가기록원이 '없다'고 확인했던 대화록이 발견될 경우에도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는 '최소열람, 최소공개'라는 원칙 아래 회의록을 살펴보고, 여야 간 합의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화록 공개에 따른 후폭풍을 제한하기 위한 여야의 출구전략이지만, 이 구상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대화록의 내용이 가져올 후폭풍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합의할 수 있는 진실을 모색하기에는 판돈이 너무 올라있는 상황이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3명의 유력 정치인의 정치인생이 걸려 있다. 먼저 새누리당의 서상기, 정문헌 의원은 노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데에 의원직을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이 날 경우 의원직 사퇴압력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NLL 포기가 사실이면 민주당의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정치를 그만둬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문 의원은 대화록 공개를 제안하면서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했다면 자신이 정치를 그만 두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뿐만 아니라 이번 논란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각 당의 당내 정치구조에도 큰 파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강공을 주도했던 친노세력이 입지가 크게 갈릴 것이다. 친노는 다시금 폐족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에도 정치적 승리 또는 패배라는 후폭풍에 놓이게 된다. 국가정보원의 경우에도 대화록에 대한 판단이 어떤 쪽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개혁이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국정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대로 내부 개혁에 멈추거나 현상유지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사상 최대의 조직 개편 압력에 놓일 수도 있다. 이번 논란은 애초에 국정원의 댓글조작 등 정치개입 논란에서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실의 결과는 국정원을 향할 것이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능력 등에 있어서도 대화록의 진실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대화록의 행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이다. 대화록을 비롯한 대통령기록물이 이관되지 않았을 것우에는 친노세력을 비롯한 민주당은 '사초게이트'라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반대로 이관됐음에도 해당 문건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는 이명박 정부가 기록물을 파기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올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결과는 금등의 내용물로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누군가 마음 먹었을 때부터 활시위가 당겨져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금등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이 진실의 화살이 되어 날아갈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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