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개선 보고서 논란...가격경쟁땐 대형가맹점만 혜택, 인하 효과 없어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신용카드 결제중개업체 밴(VAN)사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가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줘 5개월여간 공들여 만든 보고서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일PwC가 내놓은 밴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해 사실상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가 23년 만에 시작됐지만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이번 연구용역 결과의 핵심은 밴사와 가맹점이 직접 수수료를 협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밴사와 카드사가 수수료를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수수료를 내는 주체인 가맹점이 직접 밴사와 일대일로 수수료를 협상한다는 얘기다. KDI는 가맹점이 밴사와 직접 협상한다면 가격경쟁이 일어나 수수료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밴 업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효과가 없는 무책임한 연구"라며 "개선 방안이 시행된다면 오히려 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KDI는 얼마나 수수료가 인하될지는 조사하지 못했다. 다만 밴사들의 자율경쟁을 유도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번 밴 수수료 개편의 취지는 가맹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낮추고 밴 시장에 성행하는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업계는 일대일 계약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해법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회장은 "일반 가맹점 주인들은 밴 수수료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대형가맹점들은 밴 수수료에 대해 명확히 알고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가 더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밴 업계는 기존 구조를 모두 갈아엎는 방식보다는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공정경쟁규약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밴 업계 관계자는 "밴사만 규제해서는 리베이트가 사라지기 어렵다"며 "리베이트를 받은 대형가맹점 역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여부 조사도 업계로서는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기존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더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방침이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암묵적인' 밴 수수료 상한선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응했다가 공정위 조사를 통해 담합으로 판정된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밴 수수료 개편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자율경쟁에 따른 수수료 결정 등이 시행되도 이를 감독할만한 규제나 법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다. 금융감독원이 감독할 수 없다. 밴사를 구속할 규제나 법안을 만들 계획도 아직까지 없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은 "법체계 내에 편입을 시키는 등 감독체계에 넣는 것은 마지막 수준으로, 그 정도로 시장이 혼탁하지는 않다"며 "관리감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계속 제기됐지만 기본적으로 카드사와 밴사간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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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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