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는 디트로이트시가 18일(현지시간) 파산을 선언했다. 여러가지 통계를 보면 파산하지 않을 수 없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드에 따르면,디트로이트시는 이날 오후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의 승인을 얻어 연방 법원에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릭 스나이더 주지사는 파산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편지에서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재정 위기 비상관리인 케빈 오어변호사가 제안한 챕터 9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지난 3월 185억 달러(약 20조8000억 원)에 이르는 디트로이트 시의 장기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절차를 맡았던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선임했다.
디트로이트시가 빚을 진 것은 한마디로 경제 요인 탓이다. 인구가 줄고 그나마 있는 인구도 실업자가 많아 세수가 주는 반면, 지출은 그대로여서 재정부담이 늘어났다.
주택소유자의 53%만이 2011년 재산세를 냈을 뿐이다.
미국의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은 지난 2일 ‘디트로이트의 고충’이라는 보고서에서 트로이트시의 끔찍한 상황을 적확하게 밝혔다. 디트로이트시가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11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인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이후 60년 동안 63%나 줄었다. 절반이상이 이사를 간 것이다. 문제는 2000년 이후에 26%가 줄었다는 점이다. 1950년대 200만 명이던 인구는 오늘날 71만3000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때 조차 사람들은 디트로이트를 외면한 것이다.
셋째 남은 디트로이트 사람들 중 일없이 노는 사람이 매우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 실업률은 27.8%까지 치솟았다가 4월 말 현재 16%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 7.6%의 두 배가 넘는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일할 수 있는 연력 즉 15세이상 인구 거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실업자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디트로이트를 떠난 것은 일자리도 없거니와 범죄율이 높아서이기도 하다. 블랙록은 “디트로이트의 범죄율은 미국 대도시 중 최고이며, 미국 전체 평균보다 다섯배나 높다”고 밝혔다. 2011년 1만5245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범죄는 어두운 곳이나 폐가에서 잘 발생한다. 블랙록은 디트로이트시의 가로등 중 40%는 꺼져있으며, 디트로이트에서 버려져 있는 건축물과 터가 무려 7만8000채와 6만66000곳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방화도 많다.연간 발생하는 12만 건의 화재사건 중 1000건이 방화다. 그런에 이 방화중 60% 즉 6000건이 허물어진 빌딩이나 공가(空家)에서 발생했다고 블랙록은 강조했다.
블랙록은 “인구,노동력,경제활동의 감소는 디트로이트의 주택 가치 성장을 저해했고 이는 부동산 세수 감소로 이어졌으며 세수감소는 고정비용과 함께 시정부의 재정유연성을 심각하게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은 “인구가 63% 감소했는데 노동조합이 잘 조직돼 시의 노동력은 40% 감소하는 데 그쳐 임금과 연금부담을 억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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