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국의 나이트클럽에서 서양 남성들이 술에 취한 한국 여성을 추행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미국 유력 언론에 기사화됐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15일(현지시간) '서양 남성들이 현지 여성을 괴롭히는 충격 동영상으로 한국 인터넷 들끓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인터넷 동영상 내용을 보도했다.
78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국적을 알 수 없는 한 백인 남성이 만취한 한국 여성을 추행하는 장면을 다른 외국인 남성이 촬영한 것이다.
외국인 남성은 여성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가까이 붙어 앉더니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가 하면 목 뒷덜미를 쓰다듬기도 한다. 이어 이 남성은 여성의 코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입을 억지로 벌려 보면서 "왜 너는 다른 한국 여자들처럼 성형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묻기까지 한다.
영상에는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외설스러운 욕설과 함께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적나라하게 포함돼 있다.
처음에는 술에 취한 채 웃고 있던 여성은 외국 남성들의 추행이 심해지자 화를 내며 이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 동영상은 지난 달 8일 유튜브에 게재된 뒤 단 며칠 만에 조회수가 무려 2만4000건까지 올랐지만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즉각 삭제됐다. 하지만 최근 한 페이스북에 다시 게재되면서 수백명의 네티즌이 댓글을 다는 등 급격히 확산됐다.
WP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강대국의 틈 속에서 고통받은 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인들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한국에서 외국인 남성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를 더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와 함께 MBC 시사프로그램 '시시각각'이 보도한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이성교제'라는 제목의 방송 영상을 영어자막과 함께 게재했다.
방송에서는 한국 여성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또는 호기심에 외국인 남성들과 만나는 반면, 외국인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이 아름답고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이라는 이유로, 쉽게 교제하는 세태를 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여성들이 남성에게 금전적·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WP는 "일부 한국 네티즌은 술에 취한 여성을 함께 비난하고 있다"며 "이는 선진국이지만 남녀차별이 심한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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