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시사에 따른 자본유출...터키 20억 달러 투입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돈이 신흥시장에 몰려들면서 신흥시장 화폐가치가 급등해 나왔던 ‘화폐전쟁’ 주장이 쑥 들어갔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자금이 미국시장으로 환류하면서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흥시장국들은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대규모 달러를 방출하고 있지만 보유달러가 제한돼 있어 화폐가치 급락,환율상승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CNBC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연준 정책 변경이 촉발한 자본의 대규모 유출로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환율 최고수준)에 이르면서 각국 통화당국은 시장안정을 위해 개입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 표시 수출가격이 낮아져 수출을 진작하는 효과는 있지만 각종 수입품 가격을 올려 결국 물가를 치솟게 해 정부의 경제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보유 달러를 풀어 환율상승 저지에 나선 것이다.
터키는 8일 급락하는 리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20억 달러 이상을 팔면서 금리인상 방침을 밝혔다. 한달 동안 쏟아부은 달러는 49억 달러나 된다. 터키는 물가상승률이 8%나 돼 리라 가치 급락을 내버려 둘 수 없는 형편이다.
터키 리라는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달러당 1.93리라대로 돌아섰으나 시장에서는 연말께 2.06리라까지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가 2011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인 770억 달러,지난 해 6.03%로 낮아졌다가 올해 6.8%(약 500억 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리라 약세는 불을 뻔하다는 관측이다.
인도 역시 마찬 가지다. 지난해 GDP의 4.8%까지 불어난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지 않는데다 미국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어 루피가치는 수직 낙하하고 있다.이미 지난달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60루피를 돌파했고 9일에는 61루피 대를 찍었으며 연말께는 달러당 62루피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노무라증권 전망도 나와 있다.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2900억 달러 대여서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는 한계가 있다.이에 따라 인도는 은행들이 외환선물시장에서 자기자본거래를 금지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화폐전쟁이라는 말을 써가며 선진국의 양적완화를 비난했던 브라질도 헤알 가치가 두 달 사이 10%나 하락하자 파생상품으로 200억 달러를 매각했지만 시장흐름을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형국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BC는 “신흥시장이 통화가치 상승과 맞서고 브라질이 서방 정책당국이 화폐전쟁을 벌인다고 비난하던 1년여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스위스 UBS은행의 마니크 나라인 전략가는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화폐전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을 때 그가 싸울 전쟁은 헤알 가치를 떠받치는 전쟁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면서 “신흥시장은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통화정책은 수입했으면서도 경제회복 방안은 수입하지 않았다.연준이 긴축에 나서는 만큼 신흥시장도 긴축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양적완화 개시후 지금까지 약 4조2000억 달러가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자금유출에 따른 신흥시장 환율상승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인상 등의 긴축조치가 이뤄진다면 상승폭은 제한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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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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