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오늘. 영국 런던의 캑스턴 홀에서는 '20세의 지성'으로 칭송 받는 버트런드 러셀이 세계인을 상대로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핵무기 없는 세계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언'인데요 이후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으로 불려집니다.
이 선언에는 당대의 내로라 하는 과학자 11명이 서명했고 당연히 아인슈타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러셀과 함께 선언문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으나 선언문이 발표되기 2달여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죠.
러셀은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줄곧 전쟁 반대 운동을 펼쳤습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 쫓겨나고 감옥에까지 가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1948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그 위력에 놀란 러셀은 조만간 더 큰 위력의 수소폭탄이 개발될 것을 예견합니다. 불행히도 그의 예견은 적중되어 1954년 남태평양 비키니 군도에서 미국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습니다.
이에 러셀은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절친했던 친구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핵무기 반대 성명을 내기로 합의 합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이후 세계 과학자들은 퍼그워시 회의를 창설해 러셀의 뜻에 동참하죠. 퍼그워시 회의는 전세계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고 해마다 핵무기와 세계 평화에 대해 논의를 합니다. 회의에서는 무기 통제와 군비 축소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죠. 핵무기 확산 금지 조약(NPT)도 그들의 공로가 컸습니다. 지난 1995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훌륭한 단체입니다.
미국 핵과학자회보는 1947년부터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고 있죠. 자정이 바로 인류 멸망의 순간인데요 시작 당시인 1947년에 11시 53분이던 것이 지금은 11시 55분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스스로를 멸망시키는 지구상 최초의 생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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