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서울 시립 병원들 '부실 경영·도덕적 해이' 적발에 '공공성 강화' 대책 내놔..,"진주의료원 폐업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180도 달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통상 임금 부풀리기, 모시지도 않는 부모를 등록해 가족수당 타가기, 지인이나 친척들에겐 건강진단료 깎아주기.'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시립병원들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경영부실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 2월 시립 서울의료원에 위탁 운영 중인 서울동부병원ㆍ서울북부병원을 대상으로 최근 3년 간의 경영 실태에 대해 감사한 결과 연간 수십억원의 만성적 경영 수지가 계속되고 있는 등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서울동부병원의 경우 지난해 37억2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경영이 급격히 악화됐다. 동부병원은 2009년 8억원, 2010년 13억원, 2011년 18억원 등 매년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의 고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의료진의 대거 퇴사로 전년 대비 외래환자ㆍ입원환자수가 급감했고 주요 수입원이었던 소아청소년 예방접종도 민간 병원들이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손님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서울북부병원도 매년 1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다. 2009년 16억원, 2010년 17억원, 2011년 1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북부병원 측은 전문 클리닉 신설ㆍ외래 진료 환경 개선 등 대책을 세웠지만, 서울시는 구체적인 손익분석ㆍ수요 예측 등 객관적인 근거ㆍ분석이 없는 '주먹구구식'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영부실에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병원은 시간당 통상 임금을 부적정하게 계산해 각종 수당과 포상금 등 5억여원을 부적절하게 나눠가졌다. 또 실제 부모를 모시지 않으면서도 모신다고 속여 3년간 1억740만원의 가족수당을 타간 이들도 있었다.
환자들의 돈을 부적정하게 수익처리한 반면 직원들의 지인ㆍ친척들에겐 건강진단료를 부적절하게 깎아주기도 했다. 동부병원은 3년간 예약 취소 외래 진료환자들에게 법적 근거도 없이 진료예약금을 받은 후 돌려 주지 않고 총 1억5265만원을 자의적으로 수익 처리했다. 반면 직원들의 친인척에겐 6119만7000원의 종합건강진단료를 부당하게 감면해줬다.
이밖에 건강진단서를 미제출한 의료진을 채용하거나 별도 전형없이 특정인을 단수 추천받아 계약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사 비리' 의혹도 일고 있다 의료ㆍ약품 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1억6900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청소 위탁 관리 용역을 규정에 따라 공개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특정 단체와 다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해 1억982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주목되는 것은 서울시가 내린 처방이다. 이 정도 쯤이면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만도 한데, 서울시는 오히려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다른 처방을 내놨다.
이번 감사와 관련해 서울시는 시립 서울의료원이 동부ㆍ북부병원을 위탁 운영하는 현재의 체제를 바꿔 서울의료원을 고위험 환자 치료 및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맡는 동북권 의료권역의 거점 병원 역할을 하고 동부ㆍ북부병원을 '분원' 형태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부병원의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의 기본 의료를 맡기도록 하고, 북부병원은 재활환자ㆍ노인 환자 전문 병원의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전문의ㆍ간호사 퇴직 등으로 발생하는 의료인력 이탈이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보고 현재 각각 호봉제ㆍ연봉제로 운영 중인 서울의료원과 동부ㆍ북부병원 임금 체계를 단일화시키는 등 처우 개선을 하도록 권고했다. 또 고가의 의료 장비 공동 구매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통보했다. 진주의료원을 일방적으로 폐쇄조치한 경상남도 방식이 아닌 '공공성 강화'라는 처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