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귀 한국네일미용사회 부회장 "복지부, 약속 지켜달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네일미용업 신설에 대한 확답을 줘야 합니다. 정부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어보고 싶습니다."
지난 2월 19일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겠다며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차정귀 C&K 아카데미 원장(한국네일미용사회 부회장)은 "박근혜 당선인께 감사하다"며 연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4개월 후인 지난 6월 28일. 차 원장은 '투사'로 변모해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네일미용인들을 진두지휘하며 '네일미용업 신설'을 외쳤다. 2월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중기중앙회를 찾았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는 중구 계동의 복지부 본관 앞에서다.
4개월 동안에 그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일 목청을 높이느라 한껏 목이 쉰 그와 29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차 원장은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려도 이해해 달라"며 열변을 토해냈다.
네일미용사들이 30도가 넘어가는 땡볕 아래에서 생업도 제껴두고 머리띠를 두른 이유는 인수위가 지난 2월 약속한 '네일미용업 신설'이 약속된 기한인 6월이 지나가는데도 지켜지지 않아서다. 네일미용업 신설은 당시 인수위가 제시한 여러 개선항목 중에서도 당당하게 1번을 차지하며 '손톱 밑 가시'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복지부는 지난 4개월 동안 이렇다할 답을 돌려주지 못했다. 차 원장은 "1번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면, 네일미용업 신설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정책의 성공 여부와도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며 "정작 복지부는 '인수위가 약속한 사항'이라며 발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진영 현 복지부 장관이 나몰라라 하는 것도 네일미용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8일 아침에 진영 장관에게 면담 신청을 했는데, 정작 시위장에 나온 건 일개 사무관이었다"며 "인수위 당시에 약속한 사항인데 복지부로 갔다고 모른 체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네일미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네일자격증은 대부분 민간자격증이다. 네일미용업이 분리되지 않은 채 미용업 세부 항목으로만 분류되어 있어, 국가자격증인 미용사 자격을 보유해야만 합법적으로 네일샵을 운영할 수 있다. 대부분의 네일 점포들이 구청의 단속에 불안해하는 이유다. 손톱과 발톱 손질만 하면 그만인 네일미용사들은 괜한 돈을 들여 머리 자르기나 펌 등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차 원장은 "사용하지도 않는 머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라며 "미용학원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28일 시위 직후 복지부에서는 '한 번 만나자'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하지만 차 원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그는 "복지부에서 신설 시기에 대한 확답을 준다면 좋겠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거나 '언젠가는 해 주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답을 준다면 다시금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평범한 네일미용인으로 돌아갈지, 혹은 거리의 투사로 변할지 여부는 이제 정부의 진정성에 달렸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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