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최대 투자국, 한국도 전년비 3배 늘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아시아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상 최대 투자금이 몰리면서 미국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건설경기 회복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리얼캐피털에널리틱스(Real Capital Analytics) 보고서를 인용해 싱가포르와 한국, 중국 등의 올해 미국에 대한 자본투자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세 나라에서 투자된 자금은 이달 중순까지 총 5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속도라면 싱가포르와 중국의 투자금액은 지난해의 수배에 이르고, 한국은 세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세 나라 투자자들은 하와이 리조트나 시카고의 명물 빌딩인 ‘웨스트 웨커 드라이브’, 뉴욕의 콘도 등을 구매 리스트에 담고 있다.
싱가포르는 6월 중순 현재 미국 부동산에 총 19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국가 중 최대 투자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년간 투자한 금액을 웃도는 것이다. 싱가포르투자청이 샌프란시스코의 금융지역에 있는 건물을 사들였고,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의 부동산펀드로부터 하와이 마우이의 리조트와 4개의 호텔을 매입했다. 싱가포르 리포그룹의 OUE(Overseas Union Enterprise Limited)는 최근 캘리포니아 최고층 빌딩인 미국뱅크타워를 3억6750만달러에 샀다.
올해 중국은 15억달러 넘게 미국 부동산에 투자했다. 지난해 총 투자액 3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해외 자산 매입을 허용하면서 올해 투자금액이 대폭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츠가 2억1800억달러에 시카고의 오피스 건물인 웨스트웨커드라이브를 사들였고, 국민연금은 뉴욕에서 최소 1억달러의 사무용 건물과 호텔, 쇼핑몰 등의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처럼 미국 부동산 구매가 급증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다. 일부 아시아 연금펀드의 경우 노령화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고, 국영펀드들도 투자 다각화와 안정화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투자처를 찾아왔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해외 투자 규제를 푼 점도 미 부동산 구입을 촉진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변동과 국채금리 상승으로 투자금을 부동산 시장에 맡기려는 경향도 한 몫을 했다. 조만간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상승으로 주택구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우려도 미국 부동산 구입을 부채질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외국인이 미국 주택을 구입할 때 부과하는 세금과 미국의 회복 둔화가 아시아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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