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2014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슬로건은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이다."
홍명보 감독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낸 '런던 프로젝트'를 A대표팀에도 가동할 전망이다.
홍 감독은 25일 파주NFC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질월드컵에 임하는 각오와 A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월드컵 본선에서 바라보는 목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의 기대치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이 가장 잘하고 경쟁력 있는 전술을 준비해 세계무대와 경쟁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이 제시한 '한국형 축구'의 근간은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팀워크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로부터 공을 잘 뺏는 한국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최대한 볼을 오래 소유하는데 무게를 두는 전략이다. 그는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의 성실함과 근면성,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뒷받침돼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이미 올림픽대표팀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철학과도 일치한다. 홍 감독은 당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팀워크를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웠다. 선수 선발과 대표팀 운영에서도 줄곧 원칙을 지켰다. '인성'을 대표팀 발탁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는 국내파와 해외파, 베테랑과 신예 사이 차출 논란 등 최근 A대표팀 내 불거진 불협화음을 잠재울 최적의 조건으로 꼽힌다.
홍 감독은 "특정 선수가 구심점 역할을 맡아 팀을 이끌면 좋겠지만 한 명의 주장보다 23명이 중심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란 원칙에 위배되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건은 1년 남짓한 준비기간 동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전을 준비한 올림픽대표팀과 달리 A대표팀의 월드컵 본선까지 여정은 상당히 촉박하다. 당장 12월에 있을 조 편성 이후 상대 팀 분석과 친선경기 추진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각 팀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을 모아 3~4일 훈련으로 최상의 효과를 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우려의 시선에도 홍 감독은 특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라고 전제한 뒤 "1년이란 기간 동안 팀을 만드는 게 쉽지 않지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점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의지와 코칭스태프의 도움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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