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캠프 부진에 찢긴 다저스의 야심'에 이어 계속
캠프에게 그림자가 드리운 건 지난해부터다.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왼 햄스트링과 왼쪽 어깨 관절경 손상이다. 캠프는 5월 14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왼 햄스트링 통증으로 15일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올랐다. 이전에도 그는 같은 통증을 호소하며 세 차례 DL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모두 데이 투 데이(Day To Day)였다. DL에 오른 기간은 5일에 그쳤다.
지난해는 달랐다. 무려 63일간 선수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부상 악령은 이후에도 캠프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8월 27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 수비에서 전력으로 질주해 3루타 성 타구를 걷어내려다 쿠어스필드 외야펜스에 왼 어깨를 강하게 부딪쳤다. 그 와중에도 그는 106경기에서 23홈런을 치는 괴력을 과시했다. 결국 10월 5일 왼 어깨 관절순과 회선건판 봉합 및 재건수술을 받았다.
오프시즌 캠프는 재활훈련과 체중감량을 동시에 진행했다. 체중감소로 장타력이 줄더라도 한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대신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해 장타력 손실의 최소화를 꾀했다. 부단한 노력 덕에 이듬해 스프링캠프지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 나타난 캠프는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물론 근육양은 증가했고 체지방비율은 매우 낮아졌다.
캠프는 재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210타석밖에 나서지 못했다. 성적도 타율 0.251 2홈런 17타점 OPS 0.640으로 부진하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 존 밖을 벗어난 공에 헛스윙하는 비율이 늘었다. 존을 벗어나는 공을 맞추는 확률(O-Contact%)은 43.7%다. 인플레이 된 타구의 질도 나쁘다. 당긴 공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에 힘없는 땅볼로 자주 연결됐고, 밀어 친 공은 중견수와 우익수 방향의 평범한 플라이로 이어졌다. 그나마 나온 안타는 유격수와 3루수,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텍사스히트가 대부분이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밀어치기로 나온 홈런도 1개에 불과했다. 122m 이상 날아가는 타구도 거의 실종됐다. 올 시즌 캠프가 122m 이상을 날린 타구는 7개뿐이다.
캠프의 부진에 대해 칼럼리스트 채드 모리야마는 부상후유증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5월 24일 칼럼을 통해 타격 자세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특히 두 가지 이유를 강조했다. ▲왼 어깨가 빨리 열려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한단 점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왼 다리가 너무 빨리 착지해 3루 방향으로 빨리 돌아나간단 점이다.
모리야마는 타격에서 왼 어깨가 빨리 돌아나가는 원인이 어깨통증이 완치되지 않아서라기보다 자신의 어깨상태가 완전하지 않단 의식이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봤다. 드와이트 하워드(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부진이 육체적인 후유증보다 정신적인 위축감이 원인이었단 점을 지적하며 캠프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왼 다리가 빨리 돌아나가는 원인에 대해선 지난해 고전했던 오른 햄 스트링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 왼 다리에 문제점이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결국 캠프는 모리야마가 왼 다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지 6일 뒤 DL에 이름을 올렸다.
캠프는 다양한 부상을 성적부진의 이유로 지목하는 담당기자들의 질문세례에 극도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신경질적 반응은 5월 28일 로스엔젤레스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극에 달했다. 5타수 무안타에 네 차례나 삼진을 당했는데 경기 뒤 클럽하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어깨상태를 묻는 질문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어깨가 아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는 어깨부상을 당했을 때도 팀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도 (다저스가) 이길 방법을 찾고 있다. 슈퍼스타들만 실패란 말을 입에 담지 않는 게 아니다. 모든 야구선수들이 실패를 두려워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왜냐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니까.”
5월 30일 DL에 오른 캠프는 이후 다저스타디움이 아닌 캐멀맥 랜치 스타디움에서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이 추정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기초부터 다시 쌓겠단 굳은 의지 ▲수석 트레이너 수 팔소니를 비롯한 빅 리그 메디컬 팀에 대한 불신이다.
수 팔소니는 2011년 겨울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여성 수석트레이너가 됐다. 진보적인 구단 가운데 하나인 다저스이기에 가능한 인사였다. 성과는 신통치 않다. 다저스는 지난해 20명의 선수가 DL에 올랐다. DL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숫자였다. 물론 이는 팔소니의 부임 첫 해 시행착오와 불안이 어우러진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더 심각해졌다.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5명의 선수가 DL에 올랐다. 구단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현지매체들은 공개적인 팔소니 질타에 부쩍 조심스러워한다. 자칫 팔소니의 무능을 지적하다 성차별을 조장하는 기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이들은 팔소니의 문제에 대해 몸 상태가 90% 정도까지 올라온 선수가 남은 10%를 끌어올리려고 무리수를 둘 때 이를 제지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조심스레 지적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공론화시키진 않는다. 양성평등 강조가 자칫 역성차별로 받아들여지는 건 미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빅 리그에 복귀하더라도 캠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햄스트링은 고질병이 생기면 완치가 쉽지 않은 분위다. 어깨는 더더욱 그렇다. 부상을 당하면 타격에서 힘을 제대로 실어줄 수 없다. 투수의 경우 심하면 선수생명이 끝나거나 강속구를 잃어버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타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대 들어 심한 어깨부상에 시달린 선수로는 션 그린, 클리프 플로이드, 아드리안 곤잘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린과 플로이드는 부상 뒤 장타력 회복에 실패해 선수생활을 접었다. 곤잘레스 역시 2010년 어깨수술 이후 장타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캠프의 미래는 어떨까. 부상을 이겨낼지 두려워할지의 갈림길에서 캠프는 여전히 헤매고 있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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