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차기전투기(FX) 3차사업에 참여하는 후보 회사들이 각종 투자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조건들이 사실은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군당국에 따르면 가격입찰서를 제출한 후보사는 미국의 록히드마틴(F-35A)과 보잉(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ㆍ유로파이터) 등이다. 이 후보사들을 상대로 가격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달 중 기종이 최종 선정될 전망이다.
각 업체들이 "우리가 선정된다면"이란 전제로 제시한 조건들을 보면, 록히드마틴에서는 기술협력 프로그램외 미국 공군이 사용할 차세대 훈련기로 한국고등훈련기 T-50이 선정될 수 있다고 장담해왔다. 미공군이 사용할 훈련기는 300대이상 규모로 금액만 1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미공군은 T-50 선정 조건으로 공중급유기능, 내장형훈련시스템(ETS), F-35형식의 조종석 개조 등 추가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개발비만 1억달러가 넘는다. 록히드마틴은 개발비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투자하며, 개발후 기술은 본인들이 보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KAI는 개발비 절반부담과 기술공유, 공동개발에 따른 로열티 인하로 맞서고 있지만 6개월째 논쟁 중이다. 결국 록히드마틴에서 제시한 파격 조건이란 건 모두 한국의 비용부담을 수반한다.
EADS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EADS는 FX사업에 자사가 선정될 경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에 2조원 상당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KFX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아 진행여부가 불확실하다. 올해 초 이주형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한 세미나에서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KFX체계 개발에만 10조원 이상 소요되는 등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며 "수출 가능성도 희박한 만큼 산업 육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EADS 조건도 현실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보잉은 경북 영천 지역에 F-15의 항공전자 장비 유지ㆍ보수 정비(MRO) 센터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센터 건립이 끝나면 전체 투자 규모를 1억달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활동중인 F-15전투기 창정비는 이미 대한항공이 담당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나아가 항공전자 장비보수를 하겠다는 계획도 마쳤다. 결국 국내업체가 맡은 정비사업을 가로채는 일에 불과하다.
보잉은 또 공중급유기(KC-135) 무상공급을 제안했다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퇴짜를 맞기도 했다. KC-135를 사용하고 있는 미군조차 퇴역시킬 계획임에도 한국에 주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한국 공군이 이를 도입할 경우 보잉의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수리ㆍ유지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군 관계자는 "FX사업 후보기종사들이 제시한 조건들을 보면 절충교역과 상관없는 사안이 대부분이며 국내 여론만 자사에 우호적으로 조성할 뿐이지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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