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 수난시대다. 13일 외국인은 9500억원 이상의 매도 폭탄을 내놓으며 지수를 1900선 아래로 추락시켰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10일 1조2759억원 순매도를 나타낸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주요 매도 대상은 전기전자(IT) 업종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IT 업종만 4979억원(이하 잠정치)어치를 팔았다. 스마트폰 판매부진과 이에 따른 올해 2·4분기 실적 우려에 휩싸인 삼성전자는 6거래일째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삼성전자 등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강도 높은 '팔자'세가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우려로 인한 이머징 주식 비중 축소에 따른 구조적 매도일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기도 했던 이날 프로그램으로도 5100억원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특히 마감 동시호가간 1800억원 이상의 물량이 추가로 출회되며 지수는 10포인트 가까이 추가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18포인트(1.42%) 내린 1882.73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량은 3억194만주, 거래대금은 4조9574억원으로 집계됐다.
간밤 미국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하락 마감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 5일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1만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 증시도 하락했다. 그리스 정부가 재정 긴축을 이유로 공영방송사를 잠정 폐쇄하는 등 그리스 정권의 불안정이 유럽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까지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 역시 1905.10으로 하락 출발한 후 외국인의 '팔자' 공세를 등에 업고 낙폭을 키웠다.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동결전망이 우세했던 만큼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금리 동결 소식 이후 매물이 확대되면서 낙폭이 커졌다.
이날 외국인은 9521억원어치의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434억원, 488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프로그램으로는 5146억원 매도 물량이 출회됐다. 차익 매도는 244억원에 불과했으나 장 후반 변동성 확대로 비차익 매물이 4902억원어치 이상 쏟아졌다. 외국인의 비차익 매도 물량만 6900억원 가까이 됐다.
이날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 마감했다. 특히 건설업(-2.37%), 금융업, 은행, 증권 등이 2%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해 전기전자(-1.78%), 운송장비, 음식료품, 화학, 비금속광물, 전기가스업 등도 1% 이상 빠졌다.
시가총액 상위주들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이날 2.02% 하락한 것을 포함해 6거래일째 약세를 면치 못하며 135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현대차(-2.70%),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차, SK하이닉스, 삼성생명, 신한지주, LG화학,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KB금융, NHN 등도 약세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6종목 상한가를 비롯해 258종목이 올랐고 6종목 하한가를 포함해 551종목이 내렸다. 77종목은 보합.
코스닥은 2거래일째 약세를 보이며 540선에 턱걸이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은 전장보다 5.38포인트(0.98%) 내린 540.82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0.80원올라 113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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