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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경기에 무더위까지..재래시장 손님 '뚝'.."하늘도 무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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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경기에 무더위까지..재래시장 손님 '뚝'.."하늘도 무심하지" ▲32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 8일 찾은 영등포시장 상인들은 불경기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장사하기 무척 힘들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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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3분의 1토막 났어, 3분의 1토막! 영등포시장에서 장사한 지 20년 됐는데 이렇게 최악은 처음이야. 어쩔 수 없이 나와서 장사하는거지 차라리 문닫고 싶을 정도라니까."


8일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과일상인 김영숙(가명,58)씨는 "지난 해에도 경기가 안좋아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때보다도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그는 " 가뜩이나 불경기라 손님이 없는데 이달 들어 땡볕더위까지 겹치면서 시장 손님이 뚝 끊겼다"며 "올 여름에는 비도 많이 온다는데 정말 큰일났다"고 걱정했다.

32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예년보다 한 달 여 빨리 시작되자 재래시장 상인들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매년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고 있는데다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들까지 30도 뙤약볕에 좀체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는 것. 아무리 시장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한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마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날 찾은 영등포전통시장에서는 전혀 시장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신 길바닥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어보지만, 푹푹 찌는 더위에 상인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짙게 뱄다.

얼굴을 찌푸린 채 마른 생선포에 꼬이는 파리를 부채질로 연신 내쫒던 건어물상인 김모(50)씨는 "시장이 죽었어!"라고 일갈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깔끔하고 시원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려고 하지 누가 땀 뻘뻘 흘려가면서 손에 봉다리봉다리 들고 장을 보겠느냐"면서 "영등포 주변에 멀끔한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등포 인근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등이 들어서있다. 최근에는 롯데 빅마켓까지 가세하면서 코스트코 양평점과 치열한 경쟁하고 있다. 김씨는 "마트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가격을 낮추다보니 시장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여기시장도 싹 다 바뀌어야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말부터 덥기 시작했잖아. 뉴스 보니까 올해는 10월 초까지 덥다는데 그럼 5개월동안 여름인 셈이야. 장사는 다했지 뭐."


채소가게 상인 이모(54)씨는 "5일 근무제로 금,토,일 장사를 망치고 있는데 더위까지 겹쳐 장사가 더 안된다"며 "이미 매출이 30% 줄었는데 앞으로 피서철이라고 다들 놀러나가면 긴 여름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의 가게 앞에는 상추, 시금치가 땡볕에 타 말라비틀어져있었다. 켜켜이 상추 박스가 쌓여있었지만 하루 만에 다 판매될 리 만무해보였다. 그는 "남은 것들은 냉장고에 넣어둬야지"하면서도 "이미 냉장고가 꽉 차 더 들어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르포]불경기에 무더위까지..재래시장 손님 '뚝'.."하늘도 무심하지" 제품 신선도를 위해 얼음이 필요한 수산물 상인들은 이른 무더위 나기가 더욱 힘들다. 얼음을 올려놓기 무섭게 녹기 때문. 8일 금천구 시흥동 현대시장의 수산물 상인 박모(40)씨는 하루에만 얼음을 15포대 쓰고 있다.

얼음이 많이 필요한 수산물 상인들에게는 이른 무더위가 더욱 얄밉다.


같은 날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현대시장. 수산물 상인 박모(40)씨는 오징어 위에 연신 얼음을 채워뒀다. 박씨는 "쌀포대 크기에 꽉꽉 채운 얼음포대를 하루에 15개씩 쓴다"며 "한 포대에 3000원~4000원씩해 얼음값만 하루 4만5000원에서 6만원이다. 무더운 날씨에 얼음 녹는 속도가 무섭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도 날씨지만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의도 생맥주전문점, 바 등에 안주를 도소매로 판매하는 상인 윤모(55)씨는 개시도 못한 오징어를 한 움큼 쥐어주며 "금융계 쪽도 요즘 회식이 없어져서 여의도 술집, 노래방 주인들이 울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경기 때문에 법인카드 한도가 줄어서 예전에는 3차까지 갔던 술자리를 1차만 하는 파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더라"면서 "더위도 더위지만 경기가 전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물건을 떼러 온 최모(60) 단란주점 사장은 "IMF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운을 뗐다.


"손님이 뚝 떨어져서 매출이 작년보다 30% 줄었어. 지난번에는 한 회식단체손님이 법인카드 한도가 줄었다며 30만원도 한꺼번에 다 긁지 못하고 다른 카드로 나눠 긁어달라고 하더라니까. 이렇게 장사가 안 되니 물건 사러 시장에 나올 일이 거의 없지."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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