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 명단 4차 공개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했다고 밝혔다.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인 명단 245명 가운데 한국을 주소지로 기록해 놓지 않은 86명의 명단을 확인한 바 있다"면서 "이 가운데 영문으로 'Chun Jae Kook'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을 파악했고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업체인 PTN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 영문이름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명단에는 유일하게 전 씨의 이름만 공개됐다.
뉴스타파는 "전 씨가 만든 이 회사는 자본금 5만달러 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 씨는 이 유령회사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 선택시티에 있는 현지 법률회사 PKWA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지난 2004년 8월 13일자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 결의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 씨는 단독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주소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 주소와 정확히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전 씨가 블루 아도니스를 만든 뒤, 이 회사의 이름으로 법인계좌를 만들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법인계좌를 만든 곳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 파악됐고, 이 은행은 특이하게 한국인 2명이 간부로 일하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들 간부가 2차 명단 공개 시 포함됐던 SK그룹 임원 출신인 조민호씨의 비밀계좌도 관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지난 2004년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문제가 다시 불거진 와중에 이처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뉴스타파는 또 전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전 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 제기로 총 2205억원의 추징금 중 1672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전두환 씨에 대한 추징금 징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전재국 씨의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전 씨는 뉴스타파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난 몇 주 동안 공동취재를 수행하고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1차 결과물을 발표하고, 일주일 뒤인 27일과 30일 2, 3차 명단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1차 발표 명단에는 전 경총 회장인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 5명이 포함됐다. 또 2차 발표땐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 케미칼 부회장과 배우자 김영혜, 이덕규 전 대우인터네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 등 7명이 거명됐다. 이후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과 그의 아내 윤석화 씨,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대표이사, 전성용 경동대 총장 등이 포함된 5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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