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라오스에 억류됐던 탈북자 9명이 북한의 속전속결식 작전으로 북송된 가운데 올해 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다소 나아져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할만한 동기가 예전처럼 강하지 않은데다가 국경지역 감시가 강화된 때문이다.
2일 정부 관계자는 "올해 현 시점까지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556명으로, 올해 전체로는 12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지난해 1509명보다 20%정도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1044명으로 연 1000명의 벽을 넘긴 국내 입국 탈북자는 해마다 증가해 2009년에는 2929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2011년(2706명)의 절반 정도로 급감하는 등 최근 들어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재작년부터 농경지 수로 등에 집중적으로 노역을 동원했고, 작년은 집중호우의 강도가 약했던 데다 산간 지방에 집중돼 농경지 피해가 적었다"며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강행할만한 상황이 완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탈북의 주요 경로였던 함경도 지방의 국경 경계와 적발 시 처벌이 강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한때 활개치던 '탈북 브로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탈북자들이 이용하는 제3국 탈북루트도 사라지게 되면 탈북자의 수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탈북고아 9명을 강제로 북송시킨 라오스가 앞으로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라오스와 원활한 협조가 안 될 경우 동남아 탈북루트도 기능이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라오스는 탈북 고아 추방 사태 이후 외교장관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에게 "라오스 법률에 따르면 모른 불법 입국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소속 국가와 협의해 그 국가로 송환하게 돼 있다"면서 국내법상 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특히 라오스 측은 "불법 입·출국 용이국, 인신매매 경유국 등과 같은 국제적인 오명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고위급 회의에서 결정했다"는 점도 우리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 고위층에서 불법 입출국 문제에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라오스 측은 이번 탈북 고아 추방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처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압박 때문에 탈북 고아를 추방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정부는 이 대사 등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라오스에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라오스측이 불법 출입국 문제에 대해 원칙론을 폄에 따라 앞으로 탈북자가 현지에서 적발을 경우 라오스가 이 문제 처리에 협조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오스는 그동안 탈북자를 강제 북송시키지 않고 인근 국가로의 추방 등의 방법으로 탈북자의 한국 및 제3국행을 사실상 용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라오스를 거쳐 제3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자에 대한 라오스의 정책이 바뀌었을 경우 동남아의 탈북 루트도 위기에 처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라오스측은 이 대사와의 접촉에서 실제 정책을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탈북 고아들이 억류돼 있는 동안 탈북 고아 및 이들을 도왔던 한국인과 영사 면담을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라오스의 거부로 성사가 안됐다는 입장이다. 또 라오스와의 협조 관계와 인신매매범으로 오해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현지 공관에서는 탈북 고아의 신분을 그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공관은 탈북 고아 및 이들을 돕던 한국인으로부터 억류돼 있는 이민국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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