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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불안'을 깊이깊이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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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교훈삼아 관리 중요성 인식
핀란드와 더불어 부지 확보한 국가
지역주민 설득 … 2023년 가동 목표
암반 연구소선 안전성 검증 실험

사용후 핵연료, '불안'을 깊이깊이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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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불안'을 깊이깊이 묻었다 ▲ 스웨덴 오스카샴 중간저장 시설에서는 사용후 핵연료가 30년간 냉각된다. 에스포 암반연구소에 설치된 구리로 만든 캐니스터와 이를 땅속에 묻기 위해 지하 암반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놓은 모습.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원자력발전소 2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당장 올 여름 극심한 전력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원전을 둘러싼 여러 논란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연간 전력 생산량의 30%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원전에 대한 찬반 논란에 앞서 이미 사용해온 원전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현재 국내에는 울진, 월성, 고리, 영광의 4개 원자력발전소 단지에 총 1만2629t의 사용후 핵연료가 임시 저장돼 있다. 이들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만 연간 700t. 이르면 3년 후인 2016년부터 각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전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 역시 아직 사용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임시 보관되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은 국민들의 합의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30~50년간 냉각한 뒤 지하 수백m에 영구히 묻어버리는 직접처분 방식을 선택했다. 세계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한 2개 국가 중 하나가 스웨덴이고, 이웃나라인 핀란드 역시 처분장 부지를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음 달 민간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찬반으로 엇갈리는 국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 정부 정책은 어떤 틀에서 논의돼야 할지 방향성을 찾기 위해 원전 선진국인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봤다.


◆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 폐기물 관리 중요성 부각 =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4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오스카샴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상쾌한 기운이 감도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와 붉은 벽돌색으로 칠한 아담한 건물들은 과연 이곳에 원전 시설이 존재하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오스카샴에는 스웨덴 내 여러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중간저장시설 '클랩(CLAB, Central Interim Storage for Spent Fuel)'이 있다. 각 원전에서 최소 9개월간 열을 식힌 사용후 핵연료는 캐니스터(Canister)라는 특수 용기에 담겨 선박에 실려 이곳에 모아진다.


클랩의 저장용량은 1만여t. 연간 300t의 사용후 핵연료가 반입돼 현재까지 5600t이 이곳에 저장됐다. 캐니스터에 담긴 사용후 핵연료는 이곳 지하에 위치한 거대한 수조에 옮겨지고 물 속에서 또다시 30여년을 머무른 뒤에야 영구처분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사용후 핵연료, '불안'을 깊이깊이 묻었다

클랩 운영은 전력회사들이 공동출자로 설립한 스웨덴 핵연료폐기물회사(SKB)가 맡고 있다. SKB는 2011년 3월 스톡홀름 북쪽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 포스마크에 사용후 핵연료 영구처분장을 세우기 위한 인허가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당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직후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안전한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더 높아졌다.


스톡홀롬 SKB 본사에서 만난 사이더 라우치 엔즈스트롬(사진) 부사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스웨덴 국민들은 원자력의 혜택을 이용한 만큼 폐기물 처리 책임 또한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 원전 기술개발보다 주민 합의가 더 힘들어 = 물론 이전부터 스웨덴에서도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엔즈스트롬 부사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영구처분장을 세울 만한 지역을 물색하고 전문가들로부터 타당성 조사를 받아왔다"며 "하지만 최종 후보지 2곳을 정한 뒤에는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과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데는 큰 차이가 있었다. SKB 직원들이 사용후 핵연료 처리와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를 설명하고 있노라면 주민들은 "우리가 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겠느냐?", "집 앞 과실수에 열린 열매를 따서 먹어도 되느냐"와 같이 실제 생존과 관련된 문제를 궁금해 했다.


SKB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이 부지 선정에 찬성할 경우와 반대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공개했다. 그렇게 압축된 곳이 바로 포스마크와 오스카샴. 두 곳 모두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70~80% 이상 찬성표가 나왔다. 2009년 처리장 건설에 좀 더 적합한 지질조건을 갖춘 포스마크가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부지로 최종 선정됐고, 계획대로라면 2015년 처분장 건설에 착수해 2023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 지하 460m에 연구실…10만년간 완전한 저장 = 클랩에서 나와 다시 자동차로 10여분을 가니 커다란 터널 입구가 나타났다. 경사진 나선형의 터널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곳곳에 커다란 실험용 시설물과 중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에스포 암반연구소는 사용 후 핵연료가 지하 수백m에 저장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저장시설에는 어떤 부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지하 생태계에는 영향이 없는지 등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지하 시험시설이다.


지하 460m, 길이 4700m에 이르는 터널에는 중간중간 실증 실험을 할 수 있는 커다란 구멍들이 뚫려 있고, 암반에 구멍을 뚫은 뒤 사용후 핵폐기물이 담긴 캡슐을 저장하는 영구처분 방식이 실제와 똑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에스포 암반연구소 제니 리즈 홍보담당은 "영구처분장 부지로 선정된 포스마크의 지질이 오스카샴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에 이곳 실험에서 적합하면 포스마크에서는 더욱 안전할 것"이라며 "사용후 핵연료를 10만년 이상 안전하고 완벽하게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홀름·오스카샴(스웨덴) =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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