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 유증 반대"(상보)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주주권리냐, 경영권 찬탈이냐'
오는 6월4일 1100억원 규모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앞두고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 홀딩 AG와 현대그룹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쉰들러측은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막아 주주의 권리를 지켜내겠다며 유증 반대에 나섰고, 현대측은 쉰들러의 반대를 경영권 찬탈을 위한 야욕으로 보고 있다. 유증을 추진할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반대에 나선 의도가 불순하다는 게 현대 측의 입장이다.
◆주식가치 VS 경영판단= 쉰들러는 30일 성명을 통해 "주당 가치를 희석시키고 주주들의 고유한 권한인 의결권의 축소를 가져올 이번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쉰들러 측은 "높은 할인률을 적용하면서 일반 공모를 통해 주주를 모집한다는 점은 실제적으로 쉰들러 등 기존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며 "기존 주주들의 참여도 제한할 수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유상증자의 공모가 책정에 있어 기준 주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또 기존 주주들에게 주어져야 할 우선배정권까지 무시한 채 일반 공모로만 진행할 예정이어서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주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할인율은 법제상 30% 이내 범위에서 회사 경영 판단에 따라 정한 것"이라며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일반 공모를 택한 것"이라고 반문했다.
◆주주권리 VS 경영권 찬탈=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35%를 쥐고 있지만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현대그룹 우호지분이 45%에 달한다. 이는 쉰들러가 유증에 반대해도 실제적으로는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현대 측은 "2대주주라면 회사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지지해야 할테지만 쉰들러는 유상증자를 반대하고 나섰다"며 "실제적으로는 적대적 M&A를 위한 수순 중 하나로 해석되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인 현대상선 주가하락분 손실을 보존하는 내용의 파생상품과 관련 이사회 의사록ㆍ회계장부 열람에 대한 소송과 함께 파생상품 신규 및 연장 금지, 유상증자 금지 등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파생상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우호지분을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대신 현대상선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쉰들러는 이같은 파생상품의 계약을 금지하도록 하면서 실제적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려든다는 게 현대 측 입장이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는 재무 악화로 고전 중인 현대상선의 자금 지원 통로 또는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처럼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비정상적인 유상증자를 2대 주주인 쉰들러 측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공표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쉰들러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현대그룹내 순환출자 구조에 미뤄 이번 상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 그룹의 지배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증거"라며 "주식회사로서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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