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글로벌표준에 맞추기 위해서 점포를 낼 때 기준에 맞지 않는 곳들은 포기했는데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합니다. 과하게 기준을 강조하다보니 이마트에 1위를 뺏기게 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4년 전인 2009년, 홈플러스를 경영의 질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말해 정성적인 면은 어느 정도 목표를 이뤘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이마트를 따라가지 못한 게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경쟁사가 무리하게 매장을 늘리는 통에 대형마트들이 모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는 것도 가감없이 술회했다.
최근 퇴임한 이승한 홈플러스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에서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를 열고 지난 14년간 홈플러스 대표로서 느꼈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성장지수 평가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 발표된 동반성장지수에서 '개선' 등급을 받은 이후 올해도 꼴찌 성적표를 받아 2년 연속 최하위등급에 머물렀다.
이 호장은 "변명은 하기 싫다"면서도 "진정한 동반성장의 내용을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점수의 43%가 자금지원쪽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었다"면서 "자금력이 많고 자금이 풍부히 댈 수 있는 회사는 늘 최고의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돼있다. 홈플러스가 주력하는 지원쪽(수출지원,교육)은 총 18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생을 위한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는 데에 주력하기보다는 동반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자금을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 상생을 실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재임 동안 겪었던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서도 말 못했던 속사정을 꺼냈다.
이 회장은 "전통시장의 입장을 대표하는 진병오 회장과 공동으로 유통산업발전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정말 진정성 있게 전통시장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라며 "전통시장 상인들도 일요일날 쉬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런 것들도 고려를 해야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실질적인 대안에 집중해서 상생협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한번 제정되면 지키는 게 마땅하다"면서 "(유통법과 관련해)실현성 있고 효과가 있는 쪽으로 얘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홈플러스를 이끌 도성환 신임사장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회장은 "도성한 사장은 회사 창립 때부터 함께 해온 사람"이라면서 "꿈이 있고 욕심이 있어 홈플러스를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확고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을 거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홈플러스를 신바람나는 회사,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줬으면 한다. 또 여성 인재를 발탁해달라는 것도 당부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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