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무정도시'의 형사 지형민 역은 처음부터 저를 위해 마련된 배역같아요.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 스스로가 배역에 푹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선굵은 마스크의 상남자 이재윤이 JTBC 월화드라마 '무정도시'(극본 유성열, 연출 이정효)의 당당한 주역으로 그의 '진가'를 그야말로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무정도시'에서 그가 맡은 지형민역은 범죄 소탕에 자신의 모든 걸 거는 열혈 엘리트 경찰.
부리부리한 눈매에 훤칠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재윤은 연출을 맡은 이정효 감독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주역중의 한 명. 그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무정도시' 촬영 현장에서 말 그대로 펄펄 날고 있는 주인공이다. 웬만한 액션신은 대역을 마다하고 직접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다른 배우들의 액션신 리허설 파트너를 자청할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좀체 남성적 매력을 뿜어낼 기회를 얻지 못했던 그로서는 이번 배역 낙점이 결코 놓칠 수 없었던 절호의 기회였던 건 물론이다. 모처럼 강한 남자의 체취를 물씬 드러낼 수 느와르 터치의 드라마 '무정도시'란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재윤이 소화해내는 지형민 역은 경찰 신분으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도 경찰조직에 남아 마약집단을 궤멸시키는데 온몸을 던지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무정도시'의 지형민은 마악 거래조직의 중간 보스인 시현 역의 정경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로 범죄해결에 끝을 보지 못하면 참지를 못하는 승부사 기질의 마초적인 남자, 그게 바로 이재윤이 소화해 낼 형사 지형민의 캐릭터다. 더욱이 이 배역은 마약조직에 언더커버 경찰로 침투하는 수민 역의 남규리와의 기구한 사랑에도 엮일 수밖에 없어 그로서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한번 제대로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검사직을 마다하고 굳이 경찰 조직에 남아 집요하게 마약밀매조직을 와해시키려는 외골수 같은 면모를 보이는 이번 캐릭터 소화가 결코 녹록하진 않아 보인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마초적인 매력을 후끈하게 뿜어내면서도 운명처럼 자신을 비껴간 사랑의 아픔을 진솔하게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스스로 밝혔듯 이전의 이재윤은 잊고 배역과 맞선다는 각오로 캐릭터 소화에 혼신을 쏟지 않고는 아무 것도 보여줄 수 없을지 모른다.
방영된 1,2부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사실 기대 이상이다. 자신의 신념대로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해 가면서 기필코 마약집단을 궤멸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열혈 형사의 모습에선 연기자로서 폭발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의 잠재 역량을 새삼 느끼게 될 정도다. 그런가 하면 마약중독으로 황폐해진 자신의 형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 하는 대목에서도 이재윤의 매력이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손동작 하나, 미세한 표정의 떨림까지 하나하나 머리속에 그려가며 실제 형민 캐릭터 분석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는 이재윤은 "이번 '무정도시' 출연을 부끄럽지 않은 내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아 정상을 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장영준 기자 sta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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