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언제 이런 대선수와 함께 뛰어볼 수 있겠나?" (박종우)
"일단 내 부담부터 확 줄었다(웃음). 팀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 (이동국)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A대표팀이 27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도 파주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6월에 있을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을 대비한 본격적인 담금질의 시작. 새롭게 구성된 대표팀 24인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김남일(인천)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최근 K리그 클래식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왔다. 덕분에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이후 약 3년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오랜만의 태극마크. 막중한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당장 컨디션 난조로 제외된 기성용(스완지 시티)-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대신해 중원의 리더가 돼야 한다. 아울러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주어졌다. 쉽지 않은 3연전을 앞둔 상황. 특유의 카리스마는 대표팀의 집중력과 분위기를 살려줄 자극제다. 팀 내 최고참으로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해줘야 한다.
동료들도 그의 합류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시즌 인천에서 김남일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정인환(전북)은 그에 대해 "워낙 커버링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며 "수비수들 입장에선 확실히 편해지는 부분이 있고, 수비도 그만큼 견고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포지션 선수들은 '경쟁'보다는 '배움'을 먼저 떠올렸다. 박종우(부산)는 "언제 이런 대선수와 함께 뛰어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이번 소집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만큼, 형의 좋은 점을 많이 보고 배우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이 은퇴했을 때 '진공청소기'란 멋진 별명을 이어받고 싶은 마음"이란 포부도 전했다. 이명주(포항)는 "어렸을 때부터 우러러 봤던,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며 "경쟁한다라기 보다는 옆에서 보고 배우며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동국(전북) 역시 김남일의 합류가 대표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 지적했다. 그는 "일단 내 부담이 확 줄었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그런 베테랑이 있다는 건 팀 전체로 봤을 때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과의 호흡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 대표팀의 상당수는 김남일과 발을 맞춘 경험이 없는 선수들. 이에 대해 이동국은 ""늘 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고, 운동장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법"이라며 "준비할 기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대표팀은 소집 첫날 간단한 컨디션 점검을 한 뒤 이튿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출국, 현지 적응 및 팀 전술 점검에 들어간다. 다음달 1일에는 레바논 베이루트로 이동해 마무리 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후 6월 5일 레바논(원정), 11일 우즈벡, 18일 이란(이상 홈)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은 현재 최종예선 A조 3승1무1패(승점 10)로 한 경기를 더 치른 1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1)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3, 4위 이란과 레바논이 각각 승점 7점으로 뒤를 바짝 뒤쫓고 있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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