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팀이 뇌 정보 흐름 분석으로 마취제들의 공통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규정·구승우·최병문·백승혜 교수팀과 미국 미시건 의대 이운철·조지 마샤 박사 공동연구팀은 전신마취 시 뇌 정보의 흐름이 억제되면서 사람의 의식이 사라지는 신체 현상을 확인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마취에 의한 의식의 소실과 회복은 결국 뇌의 정보 흐름에 의해 일어난다는 마취의 공통된 작용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케타민, 프로로폴, 세보플루란 등으로 전신마취한 수술 중 환자 48명의 뇌 정보 흐름의 방향과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이 억제되는 순간 사람의 의식도 사라진다는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분자구조나 신경생리학적 특성이 현저히 다른 수면제나 마취제라도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을 억제해 사람의 의식을 없앤다는 점을 알아냈다. 또한 이와 같은 메커니즘은 특정 약물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면제, 마취제에 의한 의식 소실의 공통된 작용 기전임을 입증했다.
아울러 마취에 의해 사람의 의식이 소실되고 회복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의식이 소실되고 회복되는 사이의 중간 과정인 '무의식의 깊이'도 뇌 정보 흐름으로 파악돼 수술 중 돌연 각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의식 유무를 포함해 수술 중 환자의 마취상태를 보다 과학적으로 측정, 수면 혹은 마취제의 효과를 표준화하고 나아가 마취제의 용량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신마취 중의 환자에서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수술 중 각성'과 같은 마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노규정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환자의 무의식 수준이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부만을 불완전하게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로 마취의 깊이뿐만 아니라 의식 소실 유무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수술 중 전신마취상태에서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시점을 미리 예측해 무엇보다도 수술 중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고 발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마취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마취학(Anesthesiology)' 6월호의 이달의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저널 표지로 게재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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