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뇌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식욕억제물질과 그 신호전달경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 하버드대 의대 김영범 교수,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이봉희·변경희 교수, 바이오벤처 아디포젠 윤병수 박사는 뇌 시상하부의 클러스테린과 LRP2가 식욕조절의 핵심인자이며, 클러스테린이 LRP2와 렙틴수용체의 상호작용을 유도해 식욕억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비만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쥐의 뇌 시상하부에 클러스테린을 주입한 결과 LRP2와 렙틴수용체의 결합이 일어났고,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신호전달계의 활성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비만 쥐는 음식을 덜 먹게 됐고 복부둘레와 체중이 줄어들어 비만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정상 쥐에서는 식사 후나 렙틴을 투여한 뒤 시상하부의 클러스테린 양이 증가한 반면 비만 쥐에서는 클러스테린 양이 증가하지 않아 과식증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러한 문제는 비만 쥐에 다시 클러스테린을 주입하자 해소됐다.
우리 뇌에서 에너지 섭취와 소비를 관장하는 시상하부는 위장관이나 지방조직 등 신체 곳곳에서 보내는 기아나 비만전달 신호 등을 감지해 몸 전체의 에너지 균형을 조절한다.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은 시상하부에 비만전달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렙틴의 작용 때문이다.
비만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만성질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민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식욕억제 신호전달 경로를 알아낸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치료제, 식욕억제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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