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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오늘 기차에서 처음 봐도 내가 매력있을까?"...'비포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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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의 완결편..부부가 된 제시와 셀린의 사랑의 여정

[주말엔영화]"오늘 기차에서 처음 봐도 내가 매력있을까?"...'비포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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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벌써 18년이나 됐다. 우리가 '제시'와 '셀린'을 처음 만났을 때가 말이다. 유럽횡단 열차에서 20대의 제시와 셀린이 수줍고 서먹하게 첫 인사를 나눴을 때만 하더라도 이 여정이 이토록 길게 이어질 줄 몰랐다.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으로 시작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가 그리스 편으로 다시 안부를 묻는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동안 제시와 셀린은 물론이고, 이들을 연기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감독과 관객까지 공평하게 나이를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근황을 전하는 제시와 셀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대부분 관객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전편인 '비포 선셋'에서 셀린의 집을 방문한 제시가 과연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탔는지 여부이다. "더 있으면 비행기를 놓치게 될 거야"라는 셀린의 말에 제시는 "나도 알아"라며 알듯 말 듯한 미소를 짓는데, 여기서 영화는 감질나게 끝이 난다. 그리고 거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초반 10분 만에 그동안의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소시켜준다. 가족들과 그리스로 여름휴가를 온 제시는 아들을 미국에 있는 전 부인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오는 길이다. 공항을 나온 제시를 기다리고 있는 건 셀린.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차의 뒷좌석에는 셀린을 꼭 닮은 쌍둥이 딸이 새근새근 자고 있다.


[주말엔영화]"오늘 기차에서 처음 봐도 내가 매력있을까?"...'비포 미드나잇'

제시와 셀린은 부부가 돼 있었다. 이들의 여전한 수다에서 그간의 사정을 유추해보면 환경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던 셀린은 여전히 환경운동 활동가로 생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시는 이들의 이야기로 된 책을 여러 권 출간해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우여곡절의 로맨스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 둘인 만큼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의 스토리가 돼야 하는데, 영화는 의외의 상황으로 관객들을 몰고 간다.


휴가의 마지막 밤, 로맨틱한 밤을 보내라고 친구들이 마련해준 호텔 방에서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인다.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가시 돋힌 말이 오가고, 그 동안 쌓여왔던 케케묵은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 꺼내놓은 와인이 민망할 지경이다. 면도도 하지 않아 덥수룩하게 수염이 덥힌 제시와 머리도 빠지고 체중도 불어난 셀린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사랑과 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 때 그들이 맞나 싶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촌철살인의 이들의 입담이다. 지독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그저 이들의 대화를 넋을 놓고 보게 할 정도다.


이제 관객의 관심사는 이들 부부가 이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로 옮겨간다. 영화는 특유의 알듯 말 듯한 여운을 남긴 채 또 관객의 몫으로 이들의 다음 여정을 남겨놓는다. "난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어"라는 제시의 말과 "오늘 기차에서 처음 봐도 내가 매력있을까?"라는 셀린의 물음은 이들이 쌓아온 사랑의 역사를 반추하게 한다. 배우들과 감독이 직접 각본에 참여한 덕분에 대사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특히 '남자 내꺼 만들기'를 직접 시연해보이는 줄리 델피의 연기가 압권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이 마지막 편으로 보내주기가 아쉽지만 세월이 흐르면 제시와 셀린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한번 떠올려보게 될 거 같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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