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쉽게 변질되기도 한다. 사랑의 씨앗이 움틀 때는 영원을 기약하지만, 한순간 비수가 돼 상대의 마음을 찌른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울부짖는 수영(배수빈 분)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마이 라띠마는 태국말로 '새로운 삶'을 뜻한다. 연출을 맡은 유지태 감독은 소외된 사람들이 살면서 느꼈던 피눈물 섞인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안아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세상이 등 돌린 외로운 두 남녀의 고독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이며, 한 남자가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목인 '마이 라띠마'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22세의 태국여성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는 작은 체구에 예쁘장한 얼굴을 지녔다.
영화는 마이 라띠마가 은행에서 통장을 확인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돈 때문에 한국에 왔고, 모진 시련을 견디지만 결국은 도망치게 된다. 모든 게 돈 때문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동생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 군말 없이 일하는 그는 정신적으로 덜 떨어진 남편을 뒀고, 남몰래 어깨를 만지며 유혹 하는 몹쓸 아주버니와 함께 살고 있다.
남보다 못한 가족의 폭력과 착취에 지쳐갈 무렵, 운명처럼 수영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무작정 상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포항도 서울도 마이 라띠마에게 낯설고 무섭긴 마찬가지. 그는 수영만을 의지하고 따르며, 수영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입을 맞추며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수영의 앞에 영진(소유진 분)이 나타나면서 아름다운 사랑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안정되는 듯 보였던 마이 라띠마의 삶은 다시 또 거침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간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유지태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활동을 펼친 자타공인 실력파 배우다. '봄날은 간다' '올드보이' 등 섬세한 감성 연기와 선 굵은 연기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단편 영화 '초대' '나도 모르게' '자전거 소년' 등을 연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재능도 인정받았다.
'마이 라띠마'는 유지태가 대학 시절부터 가슴 속에 품어 온 이야기다. 처음 구상 당시에는 이주여성이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성장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현실화 시키는 데 주력했을 뿐 개봉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유지태에게 '마이 라띠마'는 '꿈'과도 같다. 그는 자신의 꿈을 세상에 공개하게 돼 매우 설레고 들뜬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박지수는 어눌한 한국말과 유창한 태국어, 그리고 마이 라띠마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훌륭하게 표현해내 눈길을 끌었다.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찬 연기를 선보인 그는 과감한 베드신과 임신, 노출 등 쉽지 않은 장면들을 무리 없이 그려냈다.
배수빈 역시 신사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거친 밑바닥 인생을 잘 표현해냈고, '새댁' 소유진도 과감한 연기 변신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재미있는 점은 유지태 감독을 비롯해 소유진과 배수빈 모두 이 영화의 제작단계와 촬영 후, 개봉을 맞이해 순차적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경사를 맞았다는 것.
'마이 라띠마'는 제 15회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낳았고, 해외 주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러닝타임 126분. 개봉은 내달 6일.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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