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닥 신탁계약·연장 등 110건..작년보다 37% 감소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올 들어 코스닥 지수가 연일 고점을 높여가면서 주가 상승에 여유가 생긴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건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헌 한라그룹 회장을 비롯해 만도와 기아차, LG화학 임원 등 코스피 상장사들의 장내 주식 매수가 잦아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신규로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맺거나 연장한 건수는 모두 95건이다. 자기주식 직접 취득 공시 15건까지 합하면 총 110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4건에 비해 64건(37%) 감소한 수치다.
이에 비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는 71건으로 지난해 75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이나 자사주 직접 취득은 대개 상장사들이 주가 안정과 꾸준한 거래량 유지 등 주가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이 같은 차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명암이 갈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2031.10포인트로 기세 좋게 시작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연초 500선에서 출발해 최근 580선 가까이 급등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극명히 갈리면서 코스피 상장사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주가 관리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사주 직접 취득을 공시했던 코스닥 상장사 중 정상제이엘에스와 KJ프리텍, 쎄미시스코, 씨유메디칼, AP시스템, 고영 등은 올해는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올해 주가 흐름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AP시스템은 주가가 연초 7280원에서 전날 1만2950원으로 78% 급등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84% 하락했다. 쎄미시스코 역시 올 들어 26% 상승했고 씨유메디칼은 15%, 고영은 9%, KJ프리텍은 5% 상승했다.
최대주주를 비롯한 주요주주와 임원의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 들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을 비롯한 만도 최대주주 측은 만도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지난달 16일 이후 총 15차례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만도 임원진도 주식 매수에 동참했다. 이외 삼성중공업과 한진해운, LG화학, 기아차 등 대형주들도 주요주주와 임원진들이 잇따라 주식 매수에 참여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다 대기업들에 파업, 유동성 이슈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갈린 것"이라며 "반면 코스닥 상장사들은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코스닥지수 덕에 주가 관리에 한숨 돌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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