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훈 위원 "경제력집중 우려있는 거래까지 규제하는 것은 목욕물 버린다고 아기까지 버리는 우"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법 관련 움직임에 대해 노골적 표현으로 대응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한국경제연구원이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법안 목록 중 하나인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 강화' 움직임에 대해 '목욕물을 버린다고 목욕하던 아기까지 버리는 행위'로 묘사했다. 노골적인 표현으로 과잉규제 가능성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세미나에서 '부당지원행위(일감몰아주기),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경제력집중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해 이를 기준으로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할 경우 필연적으로 과잉규제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신 부연구위원은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계열사 간 거래' 외에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경제력집중 우려가 있는 거래'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목욕물을 버린다고 목욕하던 아기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규제의 법적 기준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회사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 개정 취지인 '계열사 간 거래로 인한 지배주주 사익추구행위 악용 방지'는 회사법을 적용해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의 보완이 필요하더라도 '경제력집중 우려'의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언급했다.
신 부연구위원은 이어 "대신 회사와 소수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지배주주의 불공정행위를 공정위가 명확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소수주주들이 회사법에 근거해 대표소송을 손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산분리 강화방안의 쟁점'에 대해 발표한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금산분리 강화를 '한국적 규제'로 표현했다. 민 교수는 "규제의 배경에는 많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대기업집단소속이어서 경제력집중을 초래하고 있다는 한국적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정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대기업집단으로의 경제력집중이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금융회사를 개인 금고처럼 이용하는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정책목표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관련 법령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대기업집단 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가 공존할 경우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금산분리 보다는 적절한 감독강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순환출자금지법안 검토'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순환출자규제의 위헌성 논쟁을 우려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강제로 변화시켜야 하는 명분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달성하고자 하는 보호법익 역시 불분명해 자칫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교수는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국익과 개인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침해하는가에 대한 언급없이 막연히 그러할 가능성만으로 규제하려는 것은 인기 영합주의적 입법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종합토론에서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기업집단 규제의 강력한 논거인 경제력집중이라는 것을 더 이상 국내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 매출의 80~90%가 해외 경쟁에서 발생했음에도 마치 국내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해 독점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토론 패널로 나선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최근 공공분야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이나 급식 경쟁입찰에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배제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제외했더니 외국계 기업이 낙찰 받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며 "이 같은 사실에서 보듯 대기업 집단 계열사 간 거래규제 강화는 중소기업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효율적인 거래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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