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코트 하니웰 CEO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데이브 코트 하니웰 최고경영자(CEO·61·사진)의 명함에 하니웰이 아니라 제너럴 일렉트릭(GE)이라는 회사명이 새겨졌다면 어땠을까. 25년 동안 GE에 몸 담은 그는 GE의 CEO 계승전에서 밀려 하니웰로 옮긴 뒤 오늘날 하니웰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10여년 전 GE가 현 CEO 제프리 이멀트가 아니라 코트를 택했다면 오늘날 GE는 잘 나가고 있었을까.
1999년 봄 당시 잭 웰치 GE CEO는 코트를 GE 본사에 있는 CEO 전용 식당으로 초대했다. 당시 코트는 GE의 가전 부문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웰치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여섯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웰치는 코트가 CEO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코트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그가 이끌던 가전 부문은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1998년에는 GE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었다. 반면 이멀트가 이끌던 의료 시스템 부문의 순익은 1999년 25% 늘었다. 제임스 맥너니의 항공엔진 사업부는 5년 사이 매출이 두 배로 불었다. 로버트 나델리가 이끄는 전력 시스템 부문의 매출도 1994년 이후 3배로 늘었다.
웰치는 코트가 GE에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해 가을 코트는 경쟁자 중 가장 먼저 GE에서 쫓겨났다. 코트는 당시 GE에서 나오면서 내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멀트가 웰치의 후계자로 선택됐고 경쟁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맥너니는 3M을 거쳐 보잉으로, 나델리는 주택 용품업체 홈 디포로 이동했다.
코트는 자동차 부품업체 TRW 오토모티브 홀딩스를 거친 후 2002년 2월 하니웰 CEO 자리에 올랐다. 11년이 지난 지금 GE의 왕위 계승전을 다퉜던 인물 중 코트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코트 취임 후 하니웰의 주가는 두 배로 뛰어 사상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넘고 있다. 매출은 69% 늘었다. 2002년 11.3%였던 이익률은 15.6%로 높아졌다.
반면 2001년 9월 이멀트가 CEO에 오른 후 GE의 이익률은 감소했고 매출 증가율도 끔찍했다. 이멀트 취임 당시 40달러에 육박했던 GE 주가는 22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3M을 거쳐 보잉 CEO에 오른 맥너니도 취임 후 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코트에 미치지 못 한다. 맥너니 취임 당시 66달러였던 보잉의 주가는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보잉은 최근 드림라이너 787기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꿈의 항공기'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드림라이너 787은 초기부터 인도 지연 문제가 발생해 말썽을 일으키더니 계속 맥너니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나델리는 홈 디포로 옮겨 6년간 CEO를 지낸 뒤 주가 하락 때문에 2007년 쫓겨났고 이후 2년간 크라이슬러 CEO를 맡았지만 2009년 크라이슬러가 정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2년 만에 다시 쫓겨났다. 미 온라인 경제매체 CNBC는 2009년 나델리를 미 역사상 최악의 CEO 순위 17위에 나델리를 선정했다.
코트는 체계적이지 못 했던 하니웰 조직을 능률적으로 변화시켜 실적이 더 이상 월스트리트를 실망시키지 않는 기업으로 하니웰을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카고의 한 헤드헌팅업체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는 스캇 심슨은 "코트는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옮겨 믿기 힘든 역량을 보여줬다"며 "데이터를 따질 경우 그는 가장 성공한 경력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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