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나보는 아시아경제 글로벌페이스]
글로벌경제를 주름잡는 경제계 거물들의 성공스토리가 궁금하시죠? 한주동안 아시아경제 신문과 온라인을 통해 소개된 그들의 화려한 면면을 매주말 다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LA타임스 등 8개 매체 인수 나선 보수우파 기업인 코크 형제
미국의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기업인인 코크 형제(Koch Brothers)가 신문인수에 시동을 걸었다. 억만장자인 코크 형제가 돈이 안되는 사양업종 기업을 사서 돈을 벌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목소리를 낼 있도록 하겠다는 게 형제의 생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찰스 G 코흐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코크 인더스트리스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볼티모어 선,올랜도 센티널,하트포드 쿠랑 등 트리뷴 그룹 소유 8개 신문을 매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찰스 코크의 순자산은 2012년 기준 340억 달러로 미국 4위의 갑부이며,부사장으로 코크 인더스트리스의 화학장비 부문을 경영하는 동생 데이비드(72) 역시 자산 340억 달러의 부자다.
카길 다음으로 큰 비상장업체인 코크 인더스트리스 경영자인 이들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해왔으나 주류 언론매체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해 언론사 매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형제는 3년전 콜라로도주 애스펀의 세인트 레지스 리조트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자 정치 기부자들 세미나 모임을 갖고,미국을 규제와 세금이 적고 작은 정부를 가진 나라로 만들기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것은 민초 활동가를 교육해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마지막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다. 미디어 투자를 기피하던 두 형제가 언론 투자를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조셉 메딜이 1847년 창업한 미국의 대표 미디어 기업으로 미국 10대 일간지 중 9위의 신문이며, 111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5대 일간지중 4위에 오른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다.매각 대상에 오른 신문들은 다 합쳐봐야 6억2300만 달러어치 밖에 안돼 연매출 1150억 달러 규모인 코크 인더스스티리스에는 금융상으로는 ‘아주 작은’ 건 밖에 되지 않는다. NYT가 정치측면에서는 이들 신문들이 코흐가 가진 ‘자유방임주의’를 설파할 매우 큰 ‘기반’(platform)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도 그 영향력 때문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오랫동안 공화당을 지지해온 보수신문이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광고수익이 줄면서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트리뷴 그룹은 5월초까지 잠재매수자에게 자산과 부채 등을 담은 보고서를 보낼 예정인데 코크는 관심있는 당사자 중의 한 곳이다.
코크 형제는 ‘상대를 어떻게 부수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리게 하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애스펀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전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기들의 신념을 전파할 것임을 예고한다.
코크 형제는 이미 10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런 뜻을 천명했다.다시 말해 신문이나 방송 인수보다는 “보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잠재 매수자가 있기는 하지만 트리뷴그룹은 8개 언론사의 지원부서를 하나로 묶어 팔기로 원하는 만큼 자금력이 풍부한 코크 인더스트리스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호주 출신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매수하기를 원할 뿐이어서 코크 형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 달 초 코크 대리인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최고경영자와 접촉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고 언론 환경과 사업기회를 분석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크는 지금까지는 말을 아끼고 있다.여러 산업에서 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설이 나왔다든가 언론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에 발린 말만 하면서도 “매각 협상에는 언급하지 않는 게 우리의 오랜 정책”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어윈 제이컵스 퀄컴 창업자
스마트폰 시대에 잘 나가는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의 공동 창립자인 어윈 제이컵스의 기부가 최근 화제를 낳고 있다.
그와 부인 앤 제이컵스는 최근 미국 코넬 대학과 테크니온공과대학에 1억3300만달러(약 1477억원)를 기부했다. 코넬 대학과 테크니온공과대학은 기부금을 '존 앤 제이콥스 테크니온 코넬 혁신 연구소' 설립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어윈 제이컵스가 학교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교육사업에 재산을 쾌척해왔다. 주로 컴퓨터ㆍ엔지니어링 분야에 돈을 건넸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공공 예술ㆍ교육 부문에 기부하기도 했다. 사업의 기반이 된 샌디에이고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컵스는 샌디에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1억2000만달러, 샌디에이고 중앙 도서관 신축에 2000만달러를 내놓았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특수 병원에도 7500만달러를 선뜻 기부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추진 중인 사후 재산 기부 캠페인인 '기부 서약' 운동에도 가입했다.
제이컵스는 코넬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전자공학으로 눈 돌린 뒤 새로운 운명과 맞닥뜨렸다. 이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강단에 섰다. 그가 처음 설립한 통신장비 제조업체 링커비트는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로 재직할 당시 출범시킨 것이다.
링커비트가 M/A-COM이라는 대기업에 합병된 뒤 제이콥스는 다른 5명과 더불어 퀄컴을 설립했다. 그는 1986년부터 2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머문 뒤 아들 폴 제이컵스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어윈 제이컵스라는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덕이다. 그가 고안한 CDMA는 2세대(2G) 모바일 통신 기술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을 제공해 우리와 인연도 깊다.
제이컵스는 1992년 '미 첨단 기업 올해의 경영자상'을, 이듬해에는 '미 전자협회의 미래 혁신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의 발명가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를 기념하기 위한 '마르코니상'도 거머쥐었다. 현재 그는 재산 규모 15억5000만달러로 미 부자 리스트 중 326위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에 위치한 솔크연구소의 바이오 연구 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제이콥스는 중국 칭화(淸華) 대학 경영대학원의 고문이기도 하다. 유대인인 그는 이스라엘 공대의 국제 고문도 맡고 있다.
제이컵스가 창업해 아들에게 물려준 퀄컴은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메이커 인텔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설계하는 퀄컴은 스마트폰 시장의 호황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4% 늘었다.
퀄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제이컵스의 부(富)도 늘었다. 이렇게 쌓인 부는 그가 사회에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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