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톰슨을 향한 동정 여론 많지 않아
일각선 맨지오니 행동에 환호와 응원도
美의료시스템 결함 두고 자성론 나오기도
미국 최대 건강보험 기업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 이 가운데 외신은 톰슨 CEO와 그의 총격범 루이지 맨지오니의 서로 다른 '인생 궤적'을 주목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톰슨이 시골 가정에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자본주의 정점인 보험회사 CEO 자리에 올랐다. 반면 맨지오니는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 사회의 모순에 눈을 떠 자본주의를 혐오하는 인물이 됐다"면서 "지난 4일 맨해튼 거리에서 마주한 피해자와 살해범의 삶의 궤적이 ?정반대"라고 전했다.
총격에 사망한 톰슨 CEO는 아이오와에서 소규모 곡물 창고를 운영하는 부친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소규모 공립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그는 아이오와대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4년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합류했고, 17년만인 2021년 CEO 자리에 올랐다. 톰슨 CEO를 두고 주변인은 그가 '뭐든 최고가 되려는 완벽주의 성향의 소유자'였다고 WP에 말했다.
톰슨 CEO와 달리 맨지오니는 메릴랜드의 고급 골프장과 요양원을 소유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유년 시절 그는 값비싼 등록금의 사립 고교인 길먼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이후 미 동부의 명문 대학이자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남 부러운 것 없는 삶을 살았지만, 경찰 체포 당시 그가 소지한 선언문에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음에도 기대 수명은 42위에 불과하다. 공공 이익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건강보험사 임직원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톰슨'은 악당, 맨지오니는 '영웅' 대접에 미국서 자성론 나와
이 가운데, SNS에서 일부 누리꾼이 맨지오니의 범행을 옹호하는 반면, 숨진 톰슨을 향한 동정 여론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누리꾼은 톰슨을 '악당'으로 표현하기도 해 미국 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맨지오니의 신원이 밝혀진 후엔 그를 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사람까지 등장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실제로 엑스(옛 트위터)에는 톰슨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듯한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톰슨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사람 중 하나다. 수백만 명을 죽게 하고 가족을 파괴했다. 이 사람(맨지오니)은 국가적 영웅이다", "1년에 7만달러(약 1억원)씩 훔쳐 가고 빌어먹을 (보험금) 청구서 절반을 거부한 사람이 오늘 고맙게도 숨졌다" 등이다. 이 글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으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문서 사진도 다수 공유됐다.
보험사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번 톰슨 CEO 사망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선 보험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 앤드루 위티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회장은 NYT 기고문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는 분명 결함이 있다. 이를 고쳐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의료 개혁을 위해 병원과 의료인, 환자, 제약사, 정부 등과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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