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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슬라이더 왜 通하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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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슬라이더 왜 通하나①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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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통해 빅 리그에 입성한 류현진. 4월 한 달은 뜨거웠다. 3승 1패 평균자책점 3.35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삼진도 46개나 잡아냈다. 류현진의 지난 한 달을 돌아본다.

야구는 타이밍싸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Ba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

전설적인 투수 워렌 스판(363승 245패 평균자책점 3.09)의 명언이다. 4월 한 달간 류현진은 타자의 타이밍을 곧잘 빼앗았다. 프로야구 시절 공 배합은 주로 직구와 서클체인지업이었다. 슬라이더, 슬러브, 슬로 커브도 함께 구사했지만 사용빈도는 낮았다. 상위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도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표에서처럼 류현진은 네 가지 구종을 사용하는 투수로 변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대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비율이 들쭉날쭉하다. 류현진은 그렇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모두 60%를 넘었다. 9이닝 당 볼넷이 2.39개밖에 되지 않은 건 이 때문에 가능했다.


피치 에프엑스(Pitch F/X) 데이터 상으로 류현진은 포심과 투심을 반반씩 던지는 투수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류현진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은 안다. 그가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과 왼손타자의 몸 쪽으로 직구를 던질 때 손목을 1루 방향으로 꺾는다는 것을. 포심이 투심성의 움직임을 띄는 건 여기에서 비롯된다.


[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슬라이더 왜 通하나① * 류현진 4월 투구 분석 데이터


류현진의 주 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나가는 용도로 활용했음에도 가장 높은 헛스윙 확률을 기록했다.


'닥터 K' 류현진


류현진이 국내외 야구전문가들을 놀라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높은 탈삼진 비율이다. 류현진은 37.2이닝 동안 46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9이닝 당 탈삼진으로 환산하면 무려 10.99개다. 수치는 메이저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1위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의 13.50개다.


류현진이 많은 삼진을 잡아낸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란 낯설음과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왼손투수란 점 ▲직구의 제구력이 좋아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나간단 점 ▲비슷한 구속대지만 전혀 다른 궤적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직구와 빠른 변화구(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대비하는 순간 허를 찌르는 느린 커브다.


슬라이더


가장 주목할 구종은 슬라이더다. 한화 시절 슬라이더는 정통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팔 높이에서 손목에 회전을 주며 검지로 공을 채줬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를 슬러브 혹은 커브로 분류했다. 현재 류현진은 기존의 슬러브 성 외에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진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공이다. 6개월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류현진은 직구, 체인지업 두 구종만으로 프로야구를 지배했다. 그럼에도 그는 새로운 구종에 대한 갈증을 계속 드러내왔다. 가장 부러워한 공은 윤석민(KIA)과 송은범(SK)이 던지는 고속 슬라이더. 이는 140km에 육박하는 빠른 스피드를 내면서도 스플리터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큰 낙 폭을 보인다. 류현진은 인 앤 아웃 햄버거 이상으로 탐이 났을 것이다.


류현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서 이들과 함께 지내며 고속 슬라이더를 전수받았다. 하지만 ‘괴물’에게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연마한 슬라이더는 속도가 빠르지도 낙 폭이 크지도 않았다. 그랬던 구종은 3년 뒤 조금 다른 형태로 마운드에서 쓰였다.


Pitch F/X 데이터만 살펴보면 류현진의 슬라이더 움직임은 매우 밋밋하다. 상하, 좌우 모두 기대 밑이다. 하지만 경기에서 낙 폭은 분명 상당해 보인다. 실제 움직임과 Pitch F/X 데이터가 다른 이유는 뭘까.


[김성훈의 X-파일]류현진 슬라이더 왜 通하나① 류현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글쓴이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내다본다. 높은 팔의 각도와 적은 회전수다. 일반적으로 슬라이더는 타자가 직구를 생각할 때 30~45도 각도로 미끄러지며 헛스윙을 유도해낸다. 그러다보니 속도가 빠르고 자연스레 공에도 회전이 많이 걸린다.


현 메이저리그에서 정통 슬라이더의 달인으로 꼽히는 선수는 다르빗슈와 클레이튼 커쇼(다저스)다. 둘의 슬라이더는 45도 각도로 미끄러지며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타자들이 이를 직구로 오판하는 건 많은 회전 때문이다. 분당회전수(Spin Rate)에서 다르빗슈는 1784회, 커쇼는 1128회를 기록한다. 둘의 포심 패스트볼 분당회전수는 각각 2137회와 2578회. 슬라이더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다르빗슈는 분당회전수 1568회의 컷 패스트볼, 커쇼는 1421회의 커브도 구사한다. 타자들의 판단력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회전이 적다. 분당회전수는 409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렇게 적은 회전으로도 슬라이더의 달인으로 불리는 투수들이 있다.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와 저스틴 벌렌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다.


사바시아의 슬라이더 분당회전수는 585회다. 벌렌더도 586회에 그친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배트를 헛돌린다. 둘의 올 시즌 슬라이더 헛스윙 확률은 각각 17.7%와 21.3%. 공은 많은 움직임을 띄는 것도 아니다. Pitch F/X 데이터에서 사바시아의 슬라이더는 상하 0.5cm, 좌우 6.7cm의 움직임을 보인다. 벌렌더도 상하 3.1cm, 좌우 5cm에 불과하다.


이들의 구사엔 공통점이 있다. 공을 깊게 쥐고 검지로 채줄 때 팔 스윙과 팔로스로우를 도끼로 장작을 패듯 소화한다. 그 덕에 슬라이더는 적은 회전으로도 종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보인다.


빅 리그엔 동체시력이 빼어난 타자가 즐비하다. 그 대부분은 눈에서 손으로의 반응 속도(Hand-Eye Coordination)도 빠르다. 그런 타자들이 적은 움직임의 슬라이더에 배트를 헛돌리는 이유는 뭘까. Pitch F/X 데이터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지점에서 홈 플레이트가 시작되는 지점 직전까지의 움직임을 측정한다. 그런데 사바시아와 벌렌더의 슬라이더는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큰 낙 폭을 보인다. 적은 분당회전수와 도끼로 내리찍는 듯 하는 팔 스윙의 조화 덕분이다.


그렇다면 빠른 회전수와 종으로 떨어지는 큰 낙차를 모두 겸비한 구종은 없는 것일까. 이론상으론 있다. 7년 전 마쓰자카 다이스케(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마구로 소개됐던 자이로볼이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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