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힘겨루기...오늘 일부 현장 공급 중단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KCC건설이 일부 레미콘 납품업체에 마이너스 세금계산서를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업체들은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발행 자체가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며 반발하면서 경기도 동탄2지구 내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3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KCC건설이 차기 공급을 받는 조건으로 일부 레미콘 납품업체에 판매 단가표의 88%수준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들은 그동안 판매 단가표의 최대 97%수준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왔다.
KCC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마이너스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KCC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7% 오른 1조2418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81%급감한 77억원에 불과했다. 순이익도 67억원으로 전년보다 79.7%가 줄었다.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대비 0.8% 감소한 110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CC건설의 올해 상황도 밝지 않은 상태다.
이와관련 레미콘 업체들은 부당한 요구라며 이날 경기도 동탄2지구 내 KCC건설의 공사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멘트 가격이 동결된 데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인상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공급한 레미콘 납품가를 9% 낮출 경우 경영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레미콘 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협정단가가 97%였는데 KCC건설이 88%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겠다고 해 당황스럽다"며 "건설경기가 악화됐다는 이유지만 레미콘 업계 역시 건설경기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데다 원자재값도 올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세금 계산서 발행 요구는 사실상 납품단가 인하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KCC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탄2지구의 경우 현재 레미콘 업체와 단가를 협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지난달 말 국회서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