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 의식 부족, 상처받는 장애인-소외계층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기업,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배려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의 의식 부족 등으로 해당 사업들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주체인 장애인ㆍ소외계층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서울시 한 자치구에서 실시한 예비사회적기업 모집에 응모한 사회적기업 대표 A씨는 허술한 심사 과정을 보고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25개 자치구를 통해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비사회적기업을 발굴 중이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일자리창출사업 및 사업개발비지원 사업에 신청 자격이 부여되고, 사회적기업인증 요건 충족을 위한 경영컨설팅,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회적기업들에게는 큰 관심을 모았었다. A씨도 사활을 걸고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되기 위해 각종 구비 서류와 면접 등을 준비해왔다. 특히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시가 적극적인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어 기대를 했다.
하지만 A씨는 요즘 기대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서류를 접수한 후 면접을 받으면서 매우 실망스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면접 전날 오후에야 갑작스레 다음날 면접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예정시간으로 지정된 오후 3시에 면접장에 도착했지만 1시간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특히 한꺼번에 수백개의 신청기업들을 심사하는 바람에 면접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면접위원들은 제출한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지 엉뚱한데다 초보적인 수준의 질문만 반복했다.
A씨는 "준비한 답변을 10분의1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등 수박 겉핥기식으로 면접이 진행됐다"며 "10여명의 면접위원들의 전문성과 수준에 대한 의심이 들 정도였으며, 이런 형식적인 심사로 선정된 사회적기업들이 얼마나 살아남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지난해부터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공공기관들의 '탁상공론ㆍ전시성 행정'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A씨는 "사회적기업들의 자생률이 2%에 불과한 현실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의 육성 정책이 유일한 희망으로 우리 입장에선 매우 절박하다"면서 "그러나 공무원들은 마치 '사회적기업의 생존은 우리가 알 바가 아니고 감독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규정과 룰만 따졌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공공기관들마다 사회적기업 생산품에 대한 우선구매 조항이 있긴 하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아 판로 개척이 어렵다"며 "일반 기업들과 똑같이 영업도 하고 전략도 세우고 생산성도 개선해야 하는 등 하루 하루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형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한 장애인재활공동체에서 일하고 있는 B씨도 공공기관의 사회적 배려 사업에 대한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B씨는 "공무원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권위의식, 눈에 보이지 않는 경멸 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눈길이 차갑다는 것이다. B씨는 "어쩌다 볼 일이 있어서 지자체 등에 찾아가면 공무원들이 일반민원들 대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로 우리를 대할 때가 많다"며 "마치 우리를 '거지'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B씨는 또 "관련 법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중증장애인 고용 사업장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도 시정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장애인 사업장의 특성상 납품기일 등에 대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한데 일반 납품업체보다 더 까다롭게 굴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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