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지난해 1월 퇴임한 윤여철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현 고문)이 조만간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지며, 위기마다 퇴직임원을 등용시켜 불을 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재직, 퇴직을 떠나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맡긴다'는 정 회장 특유의 인사 철학과 '어려울 때일수록 구관이 명관'이라는 원칙이 반영된 결정이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윤 전 부회장을 조만간 노무담당 부회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윤 전 부회장은 울산공장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하며 3년 연속 무파업을 일궈낼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노무 전문가다.
지난해 1월 울산공장 노조원 분신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올해 3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수로 투입될 예정이다.
윤 전 부회장의 재기용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노사 갈등국면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정 회장의 깜짝 인사카드다. 현대차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7차례의 주말특근 중단으로 4만8000여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른 손실액만 9500억원이 넘는다.
더욱이 사내하청 노조(비정규직지회)가 전원 정규직을 요구하며 전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데 이어 26일부터 총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첨예화되는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풀어갈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김억조 전 부회장이 사실상 경질되며 윤갑한 사장이 승진, 노무부문을 총괄해왔다.
정 회장이 위기에 퇴직임원 재등용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규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현대로템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4년10개월만에 현대차그룹에 복귀했다.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의 갑작스런 작고로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 된데다, 미국 연비과장 사태 등으로 품질 및 기술 강화의 중요성이 대두됐던 시기다.
이에 앞서 2011년 4월에는 상근고문으로 물러났던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당시 복귀까지 시간이 4개월에 불과해 말 그대로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부회장의 복귀는 정 회장의 사위인 신성재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돕는 동시, 당진에 검토 중인 신규 냉연공장 증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2007년 김익환 전 기아차 부회장, 2008년 김용문 전 현대차 기획담당 부회장도 퇴직 후 다시 돌아온 정 회장의 가신들로 손꼽힌다.
김용문 전 부회장은 무려 10년 만에 현대차그룹에 복귀했다. 김익환 전 부회장은 2005년 말 물러나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 기아차 고문 등을 지내다 은퇴 2년 만에 기아차 부회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기아차의 실적이 깜짝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던 때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은 각 사의 위기상황에서 나름의 미션을 받고 복귀한 베테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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