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빌 게이츠 "한국 국제원조, 백신 개발과 농업생산성 향상에 초점 맞춰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현 MS 이사회의장은 22일 "운이 좋게 부(富)를 쌓았다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기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몽준 의원의 초청으로 이뤄진 강연에서 "자녀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것은 아이들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을 묻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부를 쌓았다면 스스로 돈을 다 써버리거나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사회에 환원하는 선택지가 주어진다"며 "스스로 돈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자녀에게는 최고의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주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산의 75%를 최빈국에 기부하고 25%를 미국의 교육체계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국제원조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변모한 한국이 경험을 살려 어떤 방식으로 전세계에 기여할 지 생각해볼 때"라며 "한국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힘을 합친다면 놀라운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원조 확대에 대해 "한국이 50년 동안 이뤄낸 변화와 성과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음에도 공적개발원조(ODA)가 증가한다는 것은 특히 놀랍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0년 1월 선진 원조공여국 클럽인 OECD DAC에 가입한 한국은 ODA 지출 규모를 2006년에서 2011년 사이에 3배 수준으로 늘렸다. 규모는 아직 세계 17위 수준이지만 국제원조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급증하는 원조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스마트 기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적절한 백신이 개발되고 최빈국에게 적절히 보급될 수 있도록 스마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스마트 기부(Smart Aid)의 핵심"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해질 경우 잠재성 실현할 수 있도록 해 빈국 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보급을 확대했기 때문에 1960년대 연간 2000만명에 이르던 5세 미만 영아 사망자 수가 2011년에는 700만명 미만으로 줄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빌 게이츠는 이어 백신 개발과 함께 농업생산성 향상에 집중적으로 원조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많은 농민들이 아주 영세적인 농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수확 품종을 보급하고 선진적인 농업방식을 교육한다면 빈곤률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서울대와 삼성전자 사옥 등에 이어 이날 국회를 방문한 빌 게이츠는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창조경제와 원자력 분야 협력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빌 게이츠 방한은 지난 2001년과 2008년에 이어 3번째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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