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콜센터 직원, 폭언 당하기도… 금융권에도 뺨 맞는 직원 많다, 성희롱에 퇴근도 못하게 하는 진상고객도..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최근 대한항공 기내에서 진상을 부린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인터넷을 달구면서 금융권의 진상 고객들에 대해서도 새삼 비난 여론이 폭주하고 있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특히 창구에서 막무가내식 떼를 쓰는 진상 고객에 대해선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막상 뾰족한 대응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의 한 여직원은 고객으로부터 뺨을 맞았다. 마감시간이 지난 이후 옆문을 통해 은행에 들어온 고객에게 업무가 끝나 처리가 안된다고 설명을 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난동을 부리는 진상고객 때문에 여직원은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에 빠졌었다.
B카드 콜센터의 한 여직원도 진상고객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 카드값을 연체한 고객이 몇 십분 동안 이 여직원과 통화하면서 화풀이를 하다가 성희롱까지 한 것이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가슴사이즈가 얼마나 되는지 업무와 무관한 얘기를 하는 진상고객의 횡포에 여직원은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치스러움에 며칠 동안 잠도 못이뤘다.
C은행 콜센터 직원도 고객으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경험했다. 연체 통보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는 고객으로부터 "XX년 너 이름 뭐야? X년아, 너 이름과 전화번호 내게 찍어" 등의 막말을 들은 것. 이 진상고객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해외근무까지 했던 엘리트였다는 후문이다.
D은행에서는 콜센터 직원이 고객 때문에 밤 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직원이 신용카드 취소관련 안내를 했는데 고객이 응대 태도를 문제삼으로면서 다짜고짜 욕설을 한 것이다. 이 고객은 직원이 전화를 끊지도 못하게 하면서 진상을 부렸다. 이 고객은 금융권에서는 매우 유명한 블랙컨슈머다.
이같은 진상고객들의 횡포에도 금융권은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 금융소비자보호 시대에 자칫 잘못하다간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폭언과 욕설이 심할 경우 법률지원 부서 등을 통해 은행에서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폭언 등을 감수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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