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티타임]'막사발 대가' 김원주에게서 듣는 우리 전통의 'DNA'

시계아이콘01분 1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티타임]'막사발 대가' 김원주에게서 듣는 우리 전통의 'DNA'
AD

막사발은 막 만들어진 사발이라고해서 불리는 이름이다. 그러나 이름이 '막' 되먹었다고 막 부르면 안 된다. 막사발에는 조상들의 삶과 애환, 즉 우리 전통의 'DNA'가 녹아 있다. 일본인들이 최고 보물로 여기는 '이도다완'이 바로 우리의 막사발이다. 투박하면서도 거친 듯, 때로 지문이 그대로 묻어 있거나 물레의 회전에 의해 만들어진 문양들은 애써 다듬지 않고, 그저 자연에 순응하려는 조상들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 있다.


흙과 불, 물이 만나 이루는 막사발은 기술과 예술혼이 빚은 생활용기다. 도예가 김원주씨(52, 사진)는 25년째 '막사발'을 만든다. 경기 여주군 북내면, 고달사지 인근에 소재한 김씨의 작업장에는 막걸리잔, 보새기, 작은 술잔과 접시, 찻그릇 등 각종 막사발이 즐비하다. 여러해 이웃으로 지내온 소설가 김영현은 그를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막사발 대가"라고 칭한다.

그러나 그는 여러 막사발 도예가 중의 한 사람이란다. 그의 막사발을 대하면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다시 찾은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막사발은 저절로 막걸리 생각을 들게 한다. 막걸리는 막사발이 따라 마셔야 제격이다. 막사발은 도예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삶과 예술, 그 속에 어울러진 품격이 어떤 것인지 금새 알게 해준다. 괜히 예술을 논하지 않아도 예술이 우리 삶에 묻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막사발은 한때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졌었다. 우리 곁에 돌아온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요즘은 수많은 전승도예가들도 막사발 제작을 기본으로 삼는다. 서울 인사동 등에서도 막사발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김씨처럼 막사발을 새롭게 현대적으로 재현해 생활용기 혹은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까닭이다.

그가 오랫동안 막사발에 심취해 있는 이유를 "우리는 휴대폰, 인터넷 등 수많은 지식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대량생산된 상품에 휩싸여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소외와 불안을 느낀다"며 "때로 손으로 빚고 불에 굽기를 반복해 만들어진 막사발은 색다른 위안을 준다"고 설명한다.그는 막사발을 구울 때도 전기가마보다는 장작을 쓰는 전통가마를 선호한다. 며칠씩 장작을 피우며 불속에서 건져올린 막사발은 마치 숨쉬는 양 생명을 느낀다.


김씨는 간혹 막사발 외에도 달항아리를 즐겨 만든다. 커다란 유백색 달 항아리는 마치 보름달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과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씨는 머지 않아 서울 한복판에서 막사발과 달항아리의 세계를 펼쳐보일 작정이다.


"오늘날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가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 보면 한글, 한식, 한옥, 한복 등 인류문화사에 어느 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문화 원형을 수두룩하다. 그 속에는 인류의 '오래된 미래', 대안적 가치가 숨쉰다. 다 조상들의 삶이 빚은 예술이다. 이제는 좀 더 깊이 있게 우리 것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