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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김치우에게 건넨 귓속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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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김치우에게 건넨 귓속말 [수원전 에피소드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 차두리(왼쪽), 최용수 감독(가운데) 김치우(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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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형이 독일 있을 때 솔직히 K리그 선수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딱 한 명 알았어. 그게 바로 김치우야."

과거 2000년대 중반, 차두리와 김치우(이상 FC서울)는 묘한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차두리는 야심찬 수비수 변신이 합격점을 받지 못했고, 결국 2006 독일월드컵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그해 10월 가나전 이후 3년간 대표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2007년부터는 2년간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서 뛰었다. 선수 경력의 암흑기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김치우의 전성기는 그 무렵 시작됐다. 2007년 전남 드래곤즈의 FA컵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이듬해 여름엔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절정은 2009년 봄에 찾아왔다. 개막 두 경기 연속 2골을 몰아쳤고,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운명은 그 때 다시 엇갈렸다. 차두리는 2009년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 복귀했고, 그 해 10월 대표팀에 재발탁됐다. 더 이상 설익은 수비수는 아니었다. 기세를 몰아 결국 8년 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당당히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공헌했다. 대회 뒤에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해 수많은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그와 반대로 김치우는 추락일로를 걸었다. 2009년 여름 갑작스레 입은 탈장 부상이 시작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목전에 둔 시점. 조바심에 섣불리 복귀했다 화를 키웠다. 부상이 재발하며 결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도 탈락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가운데 슬럼프가 찾아왔다. 재기를 노리며 입대한 상무. 이번엔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며 팀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좀처럼 축구에 집중할 수 없었고, 설상가상 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자연스레 태극마크도 멀어졌다.


만날 줄 모르던 둘의 인연은 마침내 2013년 3월 접점을 찾았다. 김치우는 지난해 상무 전역 후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터였고, 차두리까지 최근 한국에 돌아오며 서울 입단을 택한 덕분이었다.


차두리에게 김치우는 '특별한 선수'다. 한국 축구는커녕 자신조차 돌아보기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 때 단 한 명 알고 있던 특출한 한국 선수가 바로 김치우였다.


차두리가 김치우에게 건넨 귓속말 차두리(사진=정재훈 기자)


그는 "내가 독일에 있으면서 K리그 경기도 전혀 못보고 한동안 대표팀에도 못 들어가던 시절, 솔직히 K리그 선수에 누가 있는지, 누가 잘하는지 전혀 몰랐다"라며 "유일하게 알았던 선수가 다름 아닌 김치우"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왼쪽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왼발 크로스가 날카로운 선수란 인상이 있었다"라며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었다"라고 털어놨다.


정작 서울에서 만난 김치우는 달랐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잦은 부상과 슬럼프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차두리는 "처음 치우와 한 팀에서 뛰게 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서울에 와서 만나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더라"라며 "가진 게 많은 선수임에도 그걸 다 못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윽고 14일 열린 수원과의 '슈퍼매치'. 차두리에겐 K리그 클래식 데뷔전, 김치우에겐 올 시즌 첫 선발 출장의 무대였다. 결전을 앞둔 라커룸. 차두리는 잔뜩 긴장한 김치우 옆에 조용히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


"치우야. 형이 독일에 있을 때 솔직히 K리그 선수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딱 한 명 알았어. 그게 바로 김치우야."


김치우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솔직히 좀 민망했다"라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는 형이 거의 없었다"라며 "그 때 형이 해준 얘기를 듣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라고 털어놨다.


차두리의 한 마디에서 힘을 얻은 덕일까. 김치우는 수원전(1-1 무)에서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킥력을 뽐내며 서울의 왼쪽 측면을 지켰다. 사흘 뒤 성남 원정에선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동점골까지 뽑아냈다. 상무 시절인 2011년 10월 이후 1년 4개월만의 득점포였다. 비록 팀은 1-2로 패했지만 김치우의 부활을 알리기엔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차두리가 김치우에게 건넨 귓속말 김치우 (사진=정재훈 기자)


김치우는 "어떤 선수라도 경기에 못 나갈 땐 많이 힘든 법"이라며 "그럼에도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부진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도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고, 팀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만큼 동료들과 함께 책임감을 갖고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둘은 같은 상승곡선을 그리고자 한다. 차두리는 "부진했다고 해서 선수의 능력이 어디 가진 않는다"라고 전제한 뒤 "지난 두 경기 치우의 활약을 보며 정말 기분 좋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금 더 욕심을 내 대표팀에서도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치우도 "두리형이 우리 팀에 온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라며 "형 덕분에 자신감도 찾은 만큼, 함께 팀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대표팀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두리는 우리팀의 약점인 힘과 높이를 채워주고,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원동력"이라며 "치우도 요즘 보면 공을 찰 때 신이 나는 모습이 보인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두 선수가 함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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