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품질 낮아 학생들 외면…학교 앞 문구점들은 고사 위기
광주시교육청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습준비물 지원 방식이 예산 낭비와 함께 학교 앞 문구점들을 고사시키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2008년부터 크레파스·노트·연필·색종이 등 학습에 필요한 학용품을 예산으로 일괄 구매해 학생들에게 지원해 왔다. 시행 첫해 1인당 2만원이었던 학습준비물 예산은 지난해 4만2000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준비물 준비 부담을 덜어주고 균일한 품질의 학용품을 제공하겠다는 이 제도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사용을 기피함으로써 재고가 쌓여 있는가 하면 대형 문구사로부터 대량구매를 하는 통에 학교 앞 문구점들이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한 초등학교의 학습준비물 담당 교사는 “학기 초에 학급별로 신청을 받아 구매하다보니 일부 학용품이 사용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면서 “재고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구매가 이뤄져 예산 낭비가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교사는 “지원되는 학용품의 품질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제도에 따라 대량구매가 이뤄짐으로써 학교 앞 소규모 문구점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내몰리거나 군것질거리 판매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한 문구점의 주인은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실시된 이후 학용품이 거의 팔리지 않아 군것질거리를 팔아 연명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불량식품 단속 등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대형문구점에서 일괄구입하는 방식을 개선해 쿠폰제를 실시한다면 학생들도 꼭 필요한 학용품을 사게 되고 골목상권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학습준비물 입찰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문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개의 사업자 명의를 가진 브로커들이 입찰을 따낸 뒤 다른 문구점에 하도급을 줌으로써 학용품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20여명의 교사로 구성된 정책모니터링단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학교에 지침을 시달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교사의 지도 아래 학교 앞 문구점에서 학습준비물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으나 학교 측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번거롭다는 이유에서 대량 입찰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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