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만류에도 한라건설 유증 마무리
"8개월 전 한라공조 사태때 도와줬는데..."트러스톤자산운용 소송은 효력 상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의 만류에도 만도 자금이 대부분 투입된 한라건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마무리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소송은 무효가 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라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3435억원 납입이 완료됐다고 장마감 후 공시했다. 대금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0억원을, 나머지 전액은 마이스터가 납입했다. 앞서 지난 12일 만도는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전날 트러스톤운용이 마이스터를 상대로 제기한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신청은 효력을 잃게 됐다. 만도 의결권 주식 32만1586주(1.77%)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톤운용은 "만도가 28%의 대주주를 살리려고 72%의 주주를 외면하고 있다"며 한라건설 유증 중단을 요구했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국민연금은 만도를 두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8개월 전 소위 한라공조 사태 때 자신들은 만도에게 힘을 보태줬는데, 돌아온 건 '뒷통수 유상증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유증 참여자를 장마감후 기습 발표한 것도 그렇고 이번 과정 전반적으로 불쾌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만도 주식 176만주(지분율 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해 8월 만도는 한라공조(현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공식 선언했는데, 당시 국민연금에게서 확보한 보유지분 우선매수권은 든든한 뒷배였다. 한라공조 최대주주인 비스테온의 공개매수 제의를 국민연금이 거절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지분 우선매수권이 만도에게 있는 한, 비스테온의 2차 공개매수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에게는 악재다. 자산운용사들은 극동건설을 지원하다 법정관리를 맞은 웅진홀딩스 사례를 만도가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장 지난 15~16일 만도 주가가 2만500원 하락하며 국민연금은 351억원가량 평가손실을 본 상태다.
지난 15일 만도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국민연금에 보내 정황을 설명했는데,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 측은 한라건설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유증을 연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6일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만도가 한라건설 유증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라건설이 유증을 강행하면서 국민연금으로선 면이 서지 않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적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유증까지 마무리됐으니 더 이상 어떤 규제를 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만도와 한라그룹은 이번 일로 시장에 매우 안 좋은 인식을 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만도는 전날 신사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자료를 내고 "(이번 유증은) 모회사인 한라건설을 살리고 소속 종업원들과 협력업체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데 최대 목표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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