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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누구나 멘토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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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누구나 멘토가 필요한 시대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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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멘토가 있습니까?" 필자가 강의 중에 청중에게 물어봤다. 열에 아홉은 '멘토가 없다'고 대답했다.


'멘토'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유래한다. 그리스 이타카왕국의 오디세우스왕이 트로이전쟁터로 떠나면서 자신의 아들 텔레마커스를 친구 멘토르에게 맡긴다. 트로이전쟁이 길어지고 20년 넘게 왕이 돌아오지 않자 100여명의 제후들이 왕비 페넬로페와 결혼해 왕국을 차지하려 든다. 텔레마커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

이때 스승 멘토르는 "두려워하지 마라. 너에게는 위대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지혜와 힘이 있다. 아버지를 찾아 왕국을 구출하라"고 용기를 북돋고 방향을 제시해 준다. 스승의 격려에 힘을 얻은 텔레마커스는 아버지를 찾아 떠나고 결국 아버지와 아들이 힘을 합쳐 어머니와 왕국을 구출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비롯해 멘토는 '인생에 조언이나 격려를 주는 위대한 스승, 가장 훌륭한 스승'을 일컫는다.


우리는 왜, 이 시대에 멘토가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한국 사회가 짧은 기간에 많은 성취를 이루며 급격한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3대 이상 함께 사는 대가족 형태는 천연기념물이라고 표현할 만큼 적어졌다. 대신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핵가족과 1인 가구가 가장 보편적 가족 형태가 됐다. 대가족제일 때에는 조부모나 친척들을 보면서 삶과 역할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었지만, 어른이 적은 핵가족제에서는 그것이 어려워졌다.

둘째, 사회가 변화하는 양상이 더 복잡하고, 다양하고, 빨라졌다. 세상의 변화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전문성이라는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관련 지식을 모두 제때 소화하고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셋째, 평균수명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70년 인구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40년 사이 평균수명이 20년 이상 늘어났다. 현대사회는 '긴 세월 동안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를 이해하고 조언하고 격려해 주는 멘토의 존재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 아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내 인생의 멘토를 얻을 수 있을까? 먼저 멘토의 개념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 먼저, 스승 앞에 붙은 '위대한, 아주 훌륭한'이라는 형용사는 빼자. 가까이에 있는 나를 알고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이면 족하다. 만나기도 힘든 인생 전체를 도와 주는 스승은 찾지 않아도 된다. 자녀양육, 직장생활, 부부관계, 건강관리, 재산관리 등 분야별 스승이면 족하다.


멘토를 얻는 방법도 바꿔보자. 멘토라는 스승이 나에게 저절로 찾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말자. 내 인생에 필요한 멘토는 내가 임명해야 한다.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그에게 나의 멘토가 돼 달라고 부탁하자.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 멘토는 계약 관계도 상하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임명하고 수락하는 관계가 아니다. 내 마음의 멘토로 삼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면 된다. 문자 메시지, 전화, 직접 만날 때마다 그 사람에게 '나의 멘토님'이라고 표현해라.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절할까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타인을 돕는 것, 특히 자신을 멘토라고 표현하는 사람에게 조언하고 격려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나의 멘토로 삼았다면 나도 누군가의 멘토가 돼 주자. 서로가 멘토가 돼 살아나가는 힘과 지혜를 나눌 때, 대한민국은 조금 더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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