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저詩]김소월의 '개여울'

시계아이콘00분 41초 소요

당신은 무슨 일로/그리 합니까?/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파릇한 풀포기가/돋아나오고/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시던/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날마다 개여울에/나와 앉아서/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심은/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이 시의 문제는 '가도'에 있다. '가기는 가도'를 줄인 이 짧은 표현은, 그가 간다는 팩트에 대해 애써 무심하려는 개여울 여인의 심경을 교묘히 노출시킨다. 그가 간다는 사실은 입 안에 담기조차 끔찍한 일이기에, 얼른 내뱉어 버리고는, '아주 가지는 않겠노라'는 연인의 다짐을 거기에다 힘 주어 갖다 붙인다. 개여울이란 하염없이 물들이 흘러가버리는 바로 그 자리다. 안 올 거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지, 아주 가지는 않겠노라는 그런 애매모호한 말을 남기고 갔을꼬? 개여울 여인은 문득 깨닫는다. 아주 가지는 않겠노라? 아하. 그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니, 만나지 못하더라도 영영 잊지 말자는 얘기로구나. 개여울의 급류 속에서 여인이 발견한 건 그런 군색한 위로와 자기 설득이다. 아주 가지는 않겠노라는 그 말은 그러니까 아주 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구나. 다만 함께 흘러가지 않은 여기 이 마음 만으로 내내 그리워하며 살자는 뜻이었구나. 오리라던 희망을 하향조정하여 그걸 원망으로 바꾸지 않고 고독 속에서 스스로 따뜻해지는 반듯한 사랑을 소월은 저 평이한 호흡의 시에서 살그머니 건져 올렸다. 흘러갔으나 흘러가지 않은 옛 사랑.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