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독일이 2차 세계대전 배상금 등으로 그리스에 총 1620억 유로(한화 약 242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그리스 정부가 최근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 재무부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구제금융을 받는 그리스와 구제금융의 자금줄인 독일 간의 갈등을 증폭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으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9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토 비마(To Vima)의 7일자 ‘독일이 우리에게 진 빚’이라는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80쪽 분량의 기밀 보고서는 전문가들이 2차 세계 대전 관련 서류, 국가 간 협정, 법원 자료 등 761권, 19만 쪽의 고문서들을 조사해 작성했으며, 지난달 그리스 재무부를 거쳐 외무부에 넘겼다.
이 금액 중 1080억 유로는 피해배상금이고 나머지 540억 유로는 1942~44년 그리스 중앙은행이 당시 그리스를 점령한 독일 나치에 제공해 독일군의 임금 등에 쓰인 차관이다.
이 보고서가 추정한 1620억 유로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토비마에 따르면, 전문가 위원회는 그리스는 전쟁 손해나 억지로 제공한 차관에 대해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독일이 이 금액을 전액 지급한다면 그리스가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독일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의향이 없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그리스 정부도 신중하다. 그리스 정부는 이 돈을 독일에 요구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구제금융을 받는 현 상황이 시기상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토 비마는 이 문제를 풀어야할 책임이 현 그리스 연립정부에 있으며 더욱이 채권자들로부터 극도의 압박을 받는 지금이 폭탄의 뇌관을 터뜨려야 할 적기라고 주장하면서 대다수 그리스 국민 정서를 반영했다.
정치분석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리스 재무 차관이 최근 밝힌 대로 이 문제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 위해 권리를 유보한다는 것이라고 슈피겔은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슈피겔에 “이 보고서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최고 결정권자인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에 달렸다”면서 “지금은 독일에 싸움을 걸어야 할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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