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러시아에 훈수하던 독일이 하룻만에 입장이 바뀌어 미국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베를린을 방문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소비자의 수요"라면서 "역량이 되는 국가에서는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이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8일 독일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앞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가 천연자원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다변화하고 혁신적 방식을 도입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은근히 비꼰 뒤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루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유로존 경제 위기 극복을 주도하는 독일이 긴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에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경기 부양에는 소홀하다는 기존의 미국 입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성장 밸런스를 재정규율을 지키면서 미국 경제를 강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2기 정부 재무장관에 취임한 이후 독일을 처음 방문한 루 장관은 그동안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가 살아나려면 긴축 정책을 줄이고 재정수지 흑자를 내는 독일 등이 먼저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파해왔다.
이에 대해 쇼이블레 독일 장관은 "유럽에서 아무도 재정 강화와 성장이 상충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의 공통된 입장은 성장 친화적인 재정강화 또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어려운 구조적인 결정을 내렸고 올바른 길에 있다"고 덧붙였다.
두 장관은 미국과 독일이 경제 정책을 놓고 대립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되도록 민감한 발언은 자제했지만 입장차이는 역력해 보였다.
루 장관은 독일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그밖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든 국가가 잠재적인 성장을 위한 각자의 목표치가 있다"고 말을 돌렸다.
쇼이블레 장관 역시 미국이 재정 적자 감축에 대해서는 "우리는 유럽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도 충분히 할 일이 많다. 우리가 미국에 충고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공통분모도 있었다. 두 장관은 다국적 기업들이 국제 조직망을 활용해 세금을 줄이는 세금 회피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루 장관은 한편 "우리(미국) 경제의 힘은 해안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유럽이 강하고 번영하는데 이해가 일치한다"며 유럽과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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