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청의 시대착오적 교육 정책
'HUMART' 설명회, 학부모들 반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경기도 여주군이 여주시로 승격되면서 교육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학부모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여주교육지원청은 지난 5일 '휴마트(Humart)로 함께하는 여주혁신교육 설명회'를 초·중·고등학교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여주군청은 연차별 지원계획을 내놓았다. 초·중·고등학교 연차별 지원계획을 보면 1차년도 지원 총 규모는 29억5300만원이다. 이중 읍지역 고등학교에 18억8600만원, 면지역 고등학교에 7억600만원이 지급된다. 전체 예산 지원의 63%가 읍지역 고등학교에 집중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김춘석 여주군수는 "여주군이 여주시로 승격되면서 읍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농어촌특별전형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한 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읍지역 고등학교에 예산 지원을 많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읍지역과 면지역 고등학교의 예산 지원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면지역 학생들은 학생도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학부모들은 교육정책이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읍지역 고등학교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한 학부모는 설명회 자리에서 "그렇다면 아이들을 모두 읍지역 고등학교로 전학 시키라는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대해 김 군수는 "군이 시로 승격되면서 농어촌특별전형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읍지역 학교에 우선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만 늘어놓았다.
1차년도 지원계획 뿐만 아니라 2차년도 지원계획에도 읍지역 고등학교는 16억7700만원이 지원되는 반면 면지역 고등학교는 7억600만원에 불과하다. 시로 승격된 이후 2년 동안 읍지역 고등학교에 교육 예산이 집중되는 셈이다.
HUMART의 H는 'Humanity(인간성)', U는 'Unity(통합)', M은 'Master(장인)', A는 'Action(실천)', R은 'Respect(존경)', T는 'Thinking(생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 학교의 학부모회 임원은 "여주군의 교육정책은 입시중심으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이른바 좋은 고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라는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한 뒤 "다양성과 창의성, 인성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하는데 여주군청의 지원계획을 보면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말을 보여주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HUMART라는 구호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싸맸겠느냐"며 "인간성, 통합, 장인, 실천, 존경, 생각의 의미를 담고 있는 HUMART의 이름을 만드는 만큼이나 아이들을 생각했다면 이런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번 지원계획을 보면 HUMART 이름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여주군은 현재 ▲유치원 35 ▲초등학교 23 ▲중학교 13 ▲고등학교 9개교 등 80개 학교에 학생 수는 총 1만5026명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26일 국무회의를 열어 여주군을 시로 승격시키는 '여주시 도농복합형태의 시 설치법'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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