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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강하게 대응해야"VS"관심없어요"…北사태 세대별로 갈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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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태 맞아 탑골공원-강남역 가보니 반응 '극과극'

[아시아경제 박병준 기자]"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참에 개성공단 싹 다 철수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저것들 정신 차릴 거 아냐."
"솔직히 지금까지 북한이 위협만 했다가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잖아요. 위기의식 별로 못 느끼겠어요."


북한이 '전쟁' 발언을 한 다음날인 5일 종로 탑골공원과 강남역의 한 대학교 캠퍼스를 찾아 세대별 시민들의 발언을 들었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6.25를 겪은 노인들은 북한에 강경대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치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탑골공원


이날 오전 탑골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진 않았지만, 듬성듬성 벤치나 바위에 걸터앉아 신문을 보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겉으로는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묻자 노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자신을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라고 소개한 김문경(83) 할아버지는 "사실 개성공단이 우리보다는 이북에 더 좋은 거 아니냐"며 "지금처럼 북한이 정신 못 차리고 공갈 협박하는데 굳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아버지는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건 나도 안다"면서도 "우리가 정말로 철수시킬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강경론과 신중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탑골공원의 정자 근처 벤치에 앉아있던 윤인섭(68) 할아버지는 격앙된 말투로 "우리 정부가 더 강력하게 나가야 한다"면서 "지금 정은이(김정은)는 정일이(김정일) 때랑 달라서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린다"고 주장했다. 목에 핏대가 잡힐 정도로 열변을 토하는 윤 할아버지에게서 시국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지금 북한 때문에 불안해죽겠는데,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은 국회 안에서 한가롭게 싸우기만 하고 앉아있다"면서 국회에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반면 윤 할아버지와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김성동(78) 할아버지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어린 애들 달래듯이 해야지. 북한은 좀만 건드리면 바로 발끈하니까… 우리 정부가 좀 신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나라들이랑 같이 회담도 성사시키고 해야지"라며 현 정부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도 사실을 너무 확대해석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탑골공원을 나서기 전 뒤를 돌아봤을 때, 김 할아버지는 근처에 있던 다른 노인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고 윤 할아버지 역시 고성과 욕설을 섞어가며 북한과 현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의 평온했던 분위기는 차갑게 변해 있었다.


# S대학교 캠퍼스, 강남역


"예전에는 대자보도 많이 붙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그런 것도 별로 없네요." 5일 오후 1시, 서울에 위치한 S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이 모(26) 군은 최근 북한의 고조되는 위협 속에서도 캠퍼스 안은 너무나 평화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군은 "학생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지 오래고, 북한의 위협과 개성공단 철수 문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캠퍼스 분위기를 전했다.


대학생들이 최근의 북한 사태에 대해 전혀 얘기를 안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니다"라면서도 "'과제하다가 전쟁 나면 어떻게 하지', '북한 애들 또 쌀 떨어져서 이러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그는 "학생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이건 대다수 학생들이 학업이나 취업 때문에 심리적으로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단순히 안보불감증이라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도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강남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진영(27) 씨는 현재의 안보상황에 대해 "북한이 협박해온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라며 "예비군 훈련을 앞둔 일부 동료들이 그나마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A씨는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느냐"며 "북한이 취하는 일종의 액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의 노인들과 달리 2-3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북한 사태와 개성공단 철수에 대해 '관심 없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현 정부가 미온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오영록(28) 씨는 "솔직히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에서 현 상태를 좀 명확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준 기자 g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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