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는 사람들]1인출판협동조합 이사장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난달 27일 7명의 출판기업가가 모여 '1인출판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이에 초대 이사장에 정광진 대표(사진, 도서출판 봄풀)가 선출됐다.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최초다. 정이사장은 90년대 초반 출판에 입문해 편집 기획, 마케팅, 재무 회계 등 여러 분야를 섭렵한 후 독립해 봄풀을 창립, '그림으로 읽는 고전시리즈,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기인 '원순 씨를 부탁해', 토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을 위한 토론 교과서'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그에게서 출판협동조합 운영과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 1인출판협동조합 창립 구상은 언제 하게 됐는가 ?
▲ 십여 년 전 선배가 '서울의료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그 때부터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진작부터 구상했다.본격적인 논의는 지난해 협동조합 관련법 시행 후 손정욱 웬즈데이 대표(현 조합 부이사장) 등과 만나면서 이뤄졌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인지 설립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다.
- 조합은 왜 필요한가?
▲ 2000년대 중반부터 출판시장이 자본의 논리에 침식당했다. 골목서점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책을 볼 공간도 줄었다. 시장은 공존이 아닌 경쟁의 모드로 돌입했다. 그야말로 자본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저자, 외국 서적을 번역하는 양질의 번역가, 서점의 한정된 진열대까지 싹쓸이했다. 이 때문에 1인 출판사 혹은 중소규모 출판사은 저자 한 명 섭외하기도 힘들어졌다. 지금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타파하지 못 하면 출판사는 물론 독자도 손해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탄생으로 이어졌다.
- 조합 창립이 가지는 의미는 ?
▲ '희망'이다. '희망'은 약이다. 그것이 1%의 희망일 수도 있고, 50%, 90%의 희망일 수도 있다. 1%건 90%건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이 있다면 적어도 출판의 위기를 이겨낼 바닥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에게 희망을 전하는 역할이 조합이 지켜내야 할 가치다. 이제 경쟁과 반목 대신 협력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야한다.
- 창립 이후 1인 출판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 창립총회는 치렀지만 아직 법인 인가가 안 나왔다. 그럼에도 매일 조합 가입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가입 요청한 출판사들을 모아 이달부터 시장을 회복시킬 방안, 1인 출판기업의 생존전략 등 다양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함께 찾아가려고 한다. 설립 인가가 나오는대로 더 많은 출판인들을 규합할 생각이다.
- 조합 참여 회원사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혜택이 있나?
▲ 각 조합원은 출판에서 새로운 상생모델을 만들어간다는 인식 하에 참여해야한다.우선 조합원이 되려면 1구좌에 10만 원인 출자금을 1구좌 이상 출자한 후 월 3만 원의 회비를 내면 된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소규모 출판사가 사업을 진행하는 데 밑거름으로 쓰인다. 단기적으로 조합은 기존 출판단체나 모임들이 이미 해왔던 용지의 공동구매나 창고사업 등 가능한 사업부터 시작해 조합원의 이익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편집, 제작, 마케팅 등에 대해서도 공동 지원하고, 출판교육도 실시한다.또한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분야별 좋은책 선정위원회(가칭)'를 통한 도서 홍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판사 개별 브랜드와 조합 브랜드를 동시에 활용해 독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작정이다.
지금 뜨는 뉴스
- 출판조합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
▲ '지속 가능한 출판생태계 구축 및 상생'이다. 출판사 중에 1년에 한 권도 신간을 안 내는 곳이 90%에 달한다. 출판을 시작한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을 포기하는게 현실이다. 이미 출판사를 창업해 출판계에 발을 들인 조합원들로 하여금 최대한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조합과 조합원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는 출판사와 저자, 그리고 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이다.
- 출판시장 상생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조합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조합과 저자, 독자, 서점, 인쇄ㆍ제본 등의 협력업체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전시켜는 것이다. 저자와 출판사, 서점과 출판사 간의 유통 구조, 출판사와 조합의 협력, 각 협력업체들과의 거래 방식에서 가장 바람직한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하려고 한다. 즉 각자 살면서 다 같이 사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