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51년 역사를 단 3년의 성과로 판단해 없앤다는 게 말이 되나요?"
1952년에 창단된 동아대학교 축구부는 반백년 넘는 세월 동안 부산 대학 축구의 얼굴이었다. 과거 김태영·윤정환 등 2002 한일월드컵 영웅을 배출했고, 최근까지도 최현태(서울) 김성환(울산) 이상덕(대구) 정훈 방대종(이상 상주) 등 K리그 수준급 선수들이 동아대를 거쳤다. 2009년 춘계연맹전에선 최초의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자부심과 전통을 두루 갖춘 셈이다.
동아대는 지난해 10월 축구부의 2014년도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3년간 부진했던 성적이 이유였다. 특기생 모집 중단은 사실상 폐지를 의미한다. 학교 측은 대신 요트부과 골프부를 내년부터 새롭게 창단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2013년도 신입생 입학이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15일에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선수들은 망연자실이다. 해가 지날수록 인원 부족으로 경기 참가도 어려워지고, 결국 축구선수로서의 생명도 위기를 맞는다. 특히 올해 입학한 1학년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학부모들은 "신입생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입학 전에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분노하고 있다.
부산시 축구협회도 "동아대 축구부가 없어질 경우 지역 내 우수 선수들의 진학 통로가 막히게 된다"라며 우려하고 있다. 축구부원들과 학부모들은 연일 축구부 폐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1만 5000명이 동참했다. 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 할 스무살 청년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거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요지부동이다. 팀을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며, 현재 1학년이 졸업할 때까지는 정상적 팀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성적이 나아지면 2015년부터는 신입생을 뽑을 수 있다는 말도 흘렸다. 신입 선수가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 팀이 제대로 운영되고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면서도 팀을 해체하지 않으니 저학년들은 전학 등의 탈출구를 찾을 방법조차 없다.
이런 가운데 동아대 출신 선배도 간절한 호소를 보냈다. 최현태는 4일 "동아대 축구부는 51년 역사를 자랑한다"라며 "그런 팀을 단 3년의 성과로 해체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존에는 5년 내 성적을 기준으로 해체 여부를 정했는데, 2009년에 전국 대회 우승을 하는 등 해체와는 거리가 있던 팀"이라며 "갑자기 3년 이내 성과로 바뀌면서 해체가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라고 들었는데, 축구부에 할당되어 있던 인원을 골프부와 요트부로 보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와 요트가 축구보다 돈이 덜 드는 스포츠인가"라며 "내 기준에선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못난 선배'로서의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최현태는 "운동장에서 운동하며 꿈을 키워야할 축구 꿈나무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데모하고 있다"라며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아울러 "부디 모든 일이 잘 풀려서 동아대 축구부가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전통의 축구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사실에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라며 "물론 부담도 되겠지만 학교 측이 운동부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최현태 개인 페이스북]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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